투자사 당초 캐스팅에 난색... "책임감 부담감 더 느꼈어요"
뮤지컬 ‘영웅’은 국내 공연계 히트 상품이다. 안중근(1879~1910) 의사의 삶을 다룬다. 2009년 무대에 처음 올린 이후 13년 동안 관객과 만나 왔다. 동명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21일 개봉한다. ‘해운대’(2009)와 ‘국제시장’(2014)으로 1,000만 관객을 2차례 기록한 흥행술사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대중의 눈길이 쏠릴 만하다. 영화 속 안중근은 정성화가 연기한다. 뮤지컬에서도 안 의사 역할을 맡아 관객몰이를 했던 배우다. 12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정성화를 만났다. 시종 활기찬 얼굴에 웃음기를 띤 그는 “어느 인터뷰 때보다 힘이 난다”고 했다.
‘영웅’은 정성화의 첫 영화 주연작이다. 순 제작비(마케팅 비용 등 제외)만 139억 원인 대작으로 주인공 데뷔식을 치렀다. 하지만 투자배급사는 당초 그의 캐스팅에 난색을 표했다. 관객 동원력이 검증된 배우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윤제균 감독은 생각이 달랐다. 처음부터 정성화를 염두에 뒀다. 안 의사 연기를 오래 한 배우를 원했고, 무엇보다 노래 실력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정성화는 “영화화 소식이 들린 한참 후에야 주연 제의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영화화된다고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아니겠거니’ 생각했다”. “엄청난 자본이 들어가고 잘 안 된다면 손실이 클 영화”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할 수 없었다. “감독님이 투자사를 설득할 시간이 필요해 캐스팅이 늦게 된 거죠. 사연을 듣고 나니 큰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지게 됐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
촬영 전 몸무게는 86㎏이었다. 스크린 속 안 의사로 변모하기 위해 14㎏을 감량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장면 연출을 위해 라트비아까지 가서 촬영했다. 안 의사 순국 110년을 맞은 2020년 개봉을 목표로 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며 공개 시기가 번번이 미뤄졌다. 정성화는 “개봉이 늦어져 나쁜 점만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했다. “감독님이 추가 편집을 하며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게 돼 재촬영”하는 기회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재촬영 결과가 좋았다”. 정성화는 “첫 완성본을 봤을 때보다 최근 언론 시사회에서 본 ‘영웅’은 더 완성된 느낌이었다”고 평가했다.
동명 뮤지컬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나 영화가 같을 수는 없었다. “뮤지컬에 없는 전투 장면이 추가됐고, 안 의사가 유언을 남기는 모습이 새로 들어갔다”. 정성화는 “가사가 대사처럼 들리도록 노래 연습을 다시 해야 했다”고 했다. “뮤지컬은 노래에 중점을 두는 반면 영화는 연기를 중시해야 하는 점이 달라서였다”. 그는 “첫 촬영하며 노래를 부르고선 멘털이 바스러지는 듯했다”고 말했다. 너무 못 불렀다는 생각에서였다. “감독님이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진실하게만 부르라’ 하시더군요. 나중에 영화를 보니 알겠더라고요. 화면이 큰 영화는 무대와 달리 거짓된 연기가 확 드러나더라고요.”
정성화는 “안 의사의 영웅적인 면에 집착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대신 “그분이 평소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려 했다”. “영웅적인 면을 강조하면 오히려 반감을 부를 수 있다”는 생각의 반영이었다. 정성화의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 ‘영웅’은 관객의 마음에 성급히 불을 지르려 하지 않는다. 조금씩 감정을 데우다 마지막 대목에 이르러 마음이 펄펄 끓도록 한다.
뮤지컬까지 포함해 안 의사와 함께 13년을 살았다. 처음엔 “넘을 수 없는 안 의사라는 산을 정성화라는 캔버스에 그린다”는 마음으로 인물에 접근했다. “작품을 오래하며 안 의사가 이렇게 인간적이었구나”로 생각이 바뀌었다. “결과보다 위대했던 것은 그분의 삶 자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처음 뮤지컬 할 때는 큰 산만 보다가 이제는 산속 계곡과 숲까지 볼 수 있게 된 기분이에요. 영화 출연하면서 좋았던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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