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차례 해외 투어 마치고 14일부터 전국 투어로 피날레
“해외에서 공연할 때보다 우리나라에서 할 때 더 떨려요. 국내 관객들 앞에선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집 밖에선 노래를 잘하다가도 엄마 아빠 앞에서 더 어려워하는 것처럼요.”
재즈 가수 나윤선이 모처럼 단독 콘서트 투어로 국내 팬들과 만난다. 팬데믹으로 한동안 국내 공연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부득이하게 해외 공연에 치중한 결과다. 지난해 가을 자라섬재즈페스티벌과 올여름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음악 축제 등에서 간헐적으로 공연한 적이 있지만 단독 콘서트로 전국 투어를 하는 건 3년 만이다.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나윤선은 "올 초 발표한 앨범 수록곡은 국내 관객 앞에서 처음 부르는 것이어서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발표한 앨범 제목이기도 한 ‘웨이킹 월드’ 투어는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17일 부산 영화의전당, 18일 강릉아트센터, 20일 논산아트센터 등으로 이어진다. 앨범 발매 직후 프랑스에서 출발해 독일, 스페인, 미국, 캐나다 등으로 이어진 50여 차례의 월드 투어가 고국에서 피날레를 장식하게 됐다.
“월드 투어 자체가 오랜만이어서인지 너무 좋았어요. 이대로 끝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도 들었죠. 공연에 오신 분들이 가족처럼 반가워해줬어요. 제 공연을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팬데믹의 끝자락에서 시작한 공연은 그에게 이전과 다른 감상을 안겼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 여파를 몸소 느꼈고 한국 대중문화의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실감했다. “프랑스에선 밤 10시 이후에는 전기 사용을 줄이고 실내 난방도 19도 이상으로 올리지 말라는 안내문을 받았어요. 차에 기름을 넣지 못해 공연장에 오지 못 하는 일도 있었죠. 전쟁이란 게 실감이 나더군요. 한편으론 공연장에서 우리말을 곧잘 하는 관객들이 크게 늘어서 놀라기도 했어요.”
‘웨이킹 월드’는 공연 때문에 주로 해외에서 지내던 그가 팬데믹으로 집에 오랫동안 머물게 되면서 느낀 감정을 토대로 만든 앨범이다. 난생처음 모든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하는 등 앨범 전체를 거의 홀로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선 이 앨범 수록곡을 중심으로 기존 곡들, 미발표곡, 연말 분위기에 맞춘 캐럴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재즈에서 벗어나 어두운 감성의 다크 팝으로 변모한 앨범 ‘웨이킹 월드’처럼 코로나19는 29년차 가수 나윤선에게도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켰다. “알게 모르게 트라우마 같은 게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도 그렇지만, 제 주변 뮤지션들도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얘기하더군요. 자신의 음악, 자신의 가정을 더 챙기는 거죠.”
나윤선은 매너리즘을 모르는 음악가다. 재즈에서 일렉트로닉으로 다시 팝으로 발표하는 앨범마다 얼굴을 바꾸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라는 게 그가 밝힌 비결이다. 최근 들어선 외적인 변화도 시도했다. 자줏빛이 감도는 은발로 염색하고 빨간 테의 안경으로 포인트를 줬다. “바꿀 거라면 일부가 아니라 확 바꿔야 한다”고 프랑스 파리의 단골 미용사가 해준 조언을 따랐다. 외양을 바꾸고 나니 “뭔가 더 새로운 걸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내년 하반기에 발표할 새 앨범도 준비 중이다. 그는 자작곡으로 채운 ‘웨이킹 월드’와 달리 기존 곡을 다르게 편곡하는 방식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면서 “조금 더 단순하게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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