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구애 시 거절 어렵고 보복 우려 있기 때문
원치 않는 구애 경험도 10명 중 1명꼴... 비정규직일수록 많아
미국 CNN방송,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도 적용 중
"사내 연애 금지·제한 규칙, 상사의 지위·책임 인지하게 해 긍정적"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취업규칙을 통해 상사와의 사내연애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애는 사적인 일이지만 직장에서 상사가 우월적 지위에 있는 만큼 연애 과정에서 위계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부하 직원의 자율 의사가 배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단순한 구애를 넘어선 스토킹 등 성범죄 우려도 있어 사내연애 금지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해석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10월 14~21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한국 기업도 직장에서 우위에 있는 자와 후임 간의 사적인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을 제정하는 것에 동의하십니까'라는 질문에 72%가 '동의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성별 동의 비율은 남성 70%, 여성 74.7%로 여성이 4.7%포인트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사내연애 금지'에 대한 높은 찬성률은 상사로부터 원치 않는 구애를 받았을 경우, 상사의 우월적 지위 때문에 거절하기 어렵거나 거절하면 불이익을 입는 등 2차 피해를 입을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직장인 11%(남성 8.1%, 여성 14.9%)는 직장생활 시작 이후 원치 않는 구애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정규직(9.2%)보다 비정규직(13.8%)의 비율이 높았다.
상사가 지속적으로 만남을 요구한다는 A씨는 "점심시간마다 자신과 밥 먹기를 강요하고, 다른 직원과 밥을 먹으면 '질투난다'고 얘기한다"며 "식사를 거절하면 폭언과 함께 내 하급자가 맡았던 일을 나에게 시키는데, 제발 일 관련 대화만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B씨는 "회사 대표의 구애를 거절했더니, 내가 맡던 일을 다른 직원에게 넘기고, 성추행과 폭언을 했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대표가 권고사직 처리도 못 해준다고 해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금전적 문제로 어쩔수 없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해외 여러 기업들은 사내연애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취업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에는 '상급자는 자신과 사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을 고용하거나 감독하는 관계에 있을 수는 없고, 만약 그러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 사적인 관계를 맺게 되면 이를 인사팀에 보고'하도록 한 인사규정이 있다. CNN에선 올해 2월 제프 저커 사장이 부사장과 연인 관계였음이 드러나 사임한 바 있다. 구글은 감독·평가 권한 등을 가져 우위에 있는 사람과 부하 직원 간 연애를 금하고, 하청 직원 등 외부 인력과도 연애를 제한하고 있다.
강은희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감독·평가 권한을 가진 상사와 후임 간의 연애를 금지하거나 이를 보고할 의무를 상사에게 부여하는 결정은 △본인에게 우월적 지위가 있고 △우월적 지위로 인해 후임은 싫어도 이를 쉽사리 거절할 수 없으며 △평가·감독 권한이 부여돼 있는 한 본질적으로 평등할 수 없음을 알게 한다"며 "이를 인지한 상태로 업무를 수행할 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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