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LG유플러스와 경영권 매각 협상 중
글로벌 OTT도 광고 요금제 출시, 요금 인상
미국 가구 85%가 이미 OTT 이용 중
콘텐츠 투자에 '쩐의 전쟁'…적자생존 위기
"이름 있는 연출자들 스케줄은 3년씩 꽉 찼어요. 그만큼 제작비도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업계 투자 관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대표적 수혜를 입은 OTT 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너도나도 OTT 시장에 뛰어들어 시장은 포화 상태다 보니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선 콘텐츠에 천문학적 투자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막대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기업만 살아남는 적자생존 시대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왓챠·시즌은 매각…넷플릭스·디즈니는 광고형 요금제 출시
11일 업계에 따르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에 빠진 토종 OTT 업체 왓챠는 현재 LG유플러스와 경영권 매각을 협상하고 있다. 한때 넷플릭스의 경쟁자로 꼽히면서 시장에서는 기업 가치가 5,000억 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현재는 200억~300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KT는 아예 자사의 OTT '시즌'을 CJ ENM에 팔았다. CJ ENM의 티빙은 1일부로 시즌을 흡수합병하고 시즌이 보유한 700편의 콘텐츠를 품었다.
글로벌 OTT 시장으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월트디즈니는 8일 자사의 OTT인 디즈니플러스에 광고형 요금제를 새롭게 선보인다고 밝혔다. 1시간당 4분가량의 광고가 제공되는 요금제로 월 이용 요금은 7.99달러다. 광고를 보지 않으려면 10.99달러를 내야 한다. 기존 요금제가 7.99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디즈니는 사실상 3달러의 요금을 인상한 셈이다. 디즈니는 미국에서 먼저 해당 요금제를 출시한다. 앞으로 출시 국가를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1위인 넷플릭스는 이미 지난달 한국을 비롯한 12개국에서 광고형 요금제를 출시했다. 애플은 10월 애플TV플러스를 출시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월 구독 요금을 5달러에서 7달러로 2달러 인상했다.
"볼 사람은 이미 다 본다"…결국 경쟁사 가입자 뺏어야
OTT 업체들이 어려움에 빠진 이유는 신규 가입자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기업 칸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가구의 85%가 OTT 서비스에 가입한 상태다.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에서도 국내 이용자의 61%가 유료 OTT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하반기 조사 때보다 2%포인트(p) 늘었지만, 상승 폭은 전년 대비(9%p) 크게 줄었다.
결국 경쟁사로부터 가입자를 뺏어와야 하는 싸움이 된 상황이다. 게다가 자사의 콘텐츠를 다른 플랫폼에 판매하지 않은 OTT 업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추가로 수익을 거두려면 새 가입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업체들이 질 좋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천문학적 투자를 이어나가는 이유다.
이러다 보니 '킬러 콘텐츠'로 불리는 인기 콘텐츠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방송 관계자들의 몸값도 치솟았다. 특히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서 K콘텐츠가 인기를 얻자 주요 OTT 업체들은 제2의 '오징어게임'을 찾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지상파 프로듀서(PD)나 작가들이 외주 제작사를 차리는 것을 넘어 아예 OTT로 이직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OTT 사업을 키우는 LG유플러스는 1월 tvN 본부장 출신 이덕재 전무를 콘텐츠·플랫폼사업단장 겸 최고콘텐츠책임자(CCO)로 영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SBS 예능 '런닝맨'을 연출한 임형택 PD, MBC '나는 가수다'를 만든 신정수 PD를 스카우트했다. MBC 출신의 김태호 PD가 지난해 말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테오'는 최근 100억 원가량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면서 1,000억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OTT 업계 관계자는 "한 이용자당 많아야 3개, 아니면 2개의 OTT를 가입하는 행태가 굳어졌다"며 "결국 2, 3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OTT는 점점 경쟁력을 잃게 되는 시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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