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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일본킬러' 이선희, 고교감독으로 현장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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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일본킬러' 이선희, 고교감독으로 현장 복귀

입력
2022.12.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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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구 킬러 이선희, 경주고 감독으로 깜짝 변신
일본 상대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던 왼손 철완 투수
야구 인생 갈무리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고교 사령탑에

이선희 경주고 신임 감독. 박상은 기자

이선희 경주고 신임 감독. 박상은 기자


현역 시절, 대 일본전 불패의 좌완 투수 이선희(67)가 고교 감독으로 변신한다. 그가 새로 둥지를 틀 팀은 경주고. 그에게 감독직은 야구 인생 55년 만에 처음이다.

이선희 감독은 최근 8년간 영남대에서 투수 인스트럭터로 선수들을 지도해왔다. 주말이면 인근 도시의 야구 꿈나무들에게 재능기부도 펼쳐왔다.

그가 67세의 고령에도 경주고 감독직을 맡게 된 데는 나름 소명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선수들과 오랜 기간 함께 해왔기에 학생 야구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으므로 여기에 그의 남은 열정과 능력을 쏟아 부을 작정이다. 선수육성 뿐 아니라 지도자 양성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선희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는 일본과의 대결에서 '상승불패', 그것도 국제무대에서 10차례가 넘는 경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1970년대 한국 야구는 “숙적 일본에 이길 수 없다”가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대였다.이런 인식을 바꿔 놓은 이가 바로 이선희 감독이다. "일본에 절대 이길 수 없다"에서 "해봐야 승패를 알 수 있다"로 바뀌게 한 것은 이선희라는 대투수의 등장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구대성-봉중근-김광현으로 이어진 한국 야구 좌완 계보의 시조이자 원조 일본킬러인 셈이다.

그는 수년 전부터 모교 경북고에서 감독직을 맡아 달라던 요청에도 "자리에 연연하기 보다는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며 마다했다.

부임 후 첫 투수 발굴에 매진 중인 이선희 감독 - 박상은 기자

부임 후 첫 투수 발굴에 매진 중인 이선희 감독 - 박상은 기자


그러나 이번엔 큰 결단을 내렸다. 후배 아마야구(대학, 고교) 지도자들에게 무언가 하나 물려주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경주고 감독직에 응했다. 이력서를 작성해본 것도 처음이었고, 면접에 응한 것도 처음이었다.

이선희 감독은 "아마 야구계에서의 지도자 양성이 잘 되지 않는다"며 "젊은 코치들의 짧은 수명과 주변 환경, 지도자로서의 성장에 필요한 교육과 시스템이 열악하다는 것을 최근 몇 년간 느꼈다. 후배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기반을 잘 만들어 놓고 가고 싶어서였다"며 야구 인생 첫 감독직 수락 배경을 밝혔다.

한편 MBC 청룡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한 김용달 전 삼성 코치는 "야구 원로에 속하는 이선희 선배님께서 보통 지도자들이 보여줄 수 없는 무언가를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전 코치는 "도저히 일본 야구를 이길 수 없다고 여겨지던 시대에 이선희라는 대투수의 등장으로 얼마나 큰 기쁨과 행복을 맛볼 수 있었나. IMF때 박찬호 선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듯이 70년대에는 이선희라는 선수가 그 역할을 했었다. 그의 야구 인생도 갈무리를 잘 할 수 있도록 해드려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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