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범벅 해외직구 치질연고, 중병 만들기 십상
최재석 전문의, "자가처치하다가 수술까지 이를 수 있어"
대구 수성구에 사는 강효진(28)씨는 치질수술을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며칠째 퇴원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병원을 찾기 전 민감한 부위를 보이기 싫어 병원 대신 '싸고 효과 좋다'는 해외직구 치질 연고를 장기간 사용했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강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잦은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증상이었지만 연고를 자주 사용하다 보니 항문 쪽 피부가 늘어지고 콩알 같은 혹까지 생기면서 통증까지 동반해 결국 수술대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직구 치질연고를 사용한 환자들이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치질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이들이 2017년 63만7,327명(입원 17만8,132명), 2018년 64만790명(입원 16만5,326명), 2019년 64만74명(입원 16만1,143), 2020년 61만3,550명(입원 15만9,695명), 2021년 63만6,612명(입원 15만2,780명)으로 나타났다.
최재석 외과 전문의는 "치질 연고는 치질 부위의 통증이나 가려움, 쓰림 등을 일시적으로 덜어주고 배변 시 발생할 수 있는 항문의 염증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며 "문제는 가벼운 증상을 방치하다 중증으로 이어지고, 수술 후에도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검증되지 않는 유사 의약품을 사용하다 겪게 되는 고충이다"고 덧붙였다.
치질은 배변 시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대장 끝부분의 '항문쿠션'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이 쿠션에 여러 가지 이유로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면서 항문 상피가 찢어져 출혈이 발생하거나 울혈(내부압력으로 인한 내부출혈)이 생겨 통증과 함께 항문이 튀어나오는 현상이 치질이다.
치질은 기온이 낮아질수록 증상이 악화된다. 기온이 낮아지면 인체 혈관이 수축하고 그 결과 평소와 비교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다. 이때 항문 쪽 치핵 내 모세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이 응고된다. 특히 찬 바닥에 앉거나 항문에 압력이 가해지는 자세를 오랫동안 취할 경우 치질 증상이 악화된다.
항문관 내에는 배변 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혈관, 결합조직이 모인 점막하 근육으로 불리는 쿠션이 있다. 이것은 변실금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주며 우측 전방외측, 후방외측 그리고 좌측외측에 위치한다. 대변이 딱딱하거나 변을 보기 위해 항문에 힘을 주는 경우, 복압이 증가된 경우, 골반 바닥이 약해진 경우 모두 비정상적으로 치핵 조직이 커질 수 있다. 반복되는 배변과 힘주어 변을 보는 습관 등으로 생긴 복압과 변 덩어리 등은 점막하 조직을 압박하면서 피가 몰리는 울혈이 되게 하고, 항문주위 조직이 변성되어 항문관 주위 조직의 탄력도를 감소시키고, 항문관 주변에서 덩어리를 이루게 한다.
요컨대, 치질은 항문질환을 총괄하여 부르는 용어로 항문이나 직장 하부 부분에 정액총이 커지고 늘어나 뭉친 덩어리 형태를 보이는 치핵, 항문 점막이 찢어진 치열, 항문 염증으로 인해 천공이 발생한 경우를 치루라고 부른다. 치질은 발병 부위에 따라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뉜다.
△내치핵
내치핵은 직장 끝과 항문 안쪽 내벽에 발생한다. 배변 시 강한 압력을 주면 정맥울혈(정맥에 피가 몰리는 현상)이 생기거나 출혈이 동반되기도 하는 1기, 배변 시 치핵이 밀려나왔다 배변 후 다시 원상으로 돌아가는 2기, 밀려나온 치핵을 손으로 밀어 넣어야 다시 들어가는 3기, 치핵이 밀려들어가지 않고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4기로 구분할 수 있다.
△외치핵
항문 입구부터 외부에 보이는 부위다. 이 부위는 반복된 혈전과 혈관확장으로 피부가 늘어진 경우를 말한다.
△치루
치루는 항문 주변의 만성적인 농양이나 염증으로 인해 항문과 바깥쪽 사이에 공간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절대 방치하면 안 된다. 염증을 제거하고 항생제 복용을 하는 등 반드시 수술적 요법을 진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치질약은 바르는 약과 먹는 약으로 나뉜다. 바르는 연고의 경우 진통제 개념으로 통증을 줄이는 것과 통증 항문 자극을 완화한다. 항염증 성분도 있어 출혈이 있는 경우 사용되기도 한다. 먹는 치질약의 경우 혈관 문제인 치질의 원인인 혈관을 강화시키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든다. 이는 주로 1~2기 치질에 적용되는데 변 완화제, 식이요법, 통증치료 배변습관 조정 등을 병행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의료인으로부터 치질의 진행단계를 확인받은 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보조적인 요법으로만 국한해야 하는 이 요법들이 자가치료에 이용된다거나 증상에 관계없이 임의대로 장기간 사용될 경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에 판매되고 있는 치질연고의 경우 엄격한 의료광고법에 근거해 판매되고 있긴 하지만 구매자들이 자가치료로 장기간 사용하거나 증상과 무관하게 덮어놓고 사용하다가는 치질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성분이나 출처가 불분명한 제품의 경우 스테로이드 함량이 높아 통증을 신속히 없애주기도 하지만 자칫 치질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특히 습관적으로 사용할 경우 통증이나 불편함을 느끼지도 못한 채 중증 증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치질은 무조건 수술이 능사?
치질은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치질 환자의 70~80%는 약물요법, 식이요법 등 수술을 하지 않고도 좋아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정확한 진단을 먼저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항문피부가 밀려나오는 3~4기의 내치핵, 치루, 만성 치열은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수술기법이 발달돼 입원 날짜가 줄어들고 회복이 빠르다.
수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후관리와 생활습관 개선이다. 치질은 혈관질환의 일환으로 좌욕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좌욕을 하면 대변으로 인한 수술 부위의 감염을 예방하고, 항문 상처 주변의 통증과 부종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항문 주변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게 되어 상처가 쉽게 아물기도 한다.
최 전문의는 "치질 증상은 쉽게 호전되지 않고 수술을 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치질을 사소한 증상으로 알고 민간요법이나 검증되지 않는 치료법을 할 경우 부작용은 반드시 뒤따른다는 것을 숙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질을 예방하는 생활습관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을 없애야 한다. 좌식변기를 이용 쪼그리고 앉는 변기는 항문에 압력을 가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배변 시 과도한 힘을 주지 말아야 한다. 과도한 압력이 반복되면 혈관에 무리가 가면서 치질이 생기기 쉽다.
△매일 매일 변을 보는 습관을 들어야 한다. 변을 매일 보지 않으면 묵은 변이 딱딱해지면서 배변 시 무리가 갈 수 있다.
△지나치게 잦은 설사나 배변은 항문 내 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임산과 출산으로 인해 치질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임신 때는 식이섬유가 많이 든 음식을 먹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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