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시기 놓쳤을 뿐"이라지만 해석 분분
총선 앞두고 공정성 시비로 이어질 가능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출범한 지 100일 넘게 지났지만 차기 총선 공천에 필요한 사전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리스크로 이 대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추후 공천 심사 공정성을 둘러싼 후유증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8일 야권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최근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한 전반기 평가를 생략하고, 대신 후반기에 몰아서 평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의원 평가는 공천 심사 자료로 활용돼 현역 의원들에겐 초미의 관심사인데 예년과 달리 건너뛴 것이다.
전반기 평가 생략은 엄밀히 따지면 당규 위배이다. 당규에 따르면, 중앙당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꾸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평가를 임기 전반기와 후반기에 각각 실시해야 한다. 이 중 전반기 평가는 전반기 임기 종료 후 100일 이내에 마치도록 정하고 있다. 21대 의원들의 전반기 임기는 5월 29일 끝나 벌써 200일 가까이 지났지만 의원 평가가 실시되지 않은 것이다.
"평가 시기 놓쳤을 뿐"이라지만 해석 분분
이에 대해 당 지도부 인사는 "대선 이후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서면서 평가 시기를 놓쳤다”며 “지금 와서 전반기 평가를 실시하기도 너무 늦었다는 판단에 따라 후반기 평가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 공보국도 "의원 평가를 받으려면 준비할 것이 많은데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로 의원들이 바쁠 것을 배려해 전반기 평가를 생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올해는 비슷한 이유로 매년 실시하는 각 지역위원회에 대한 중앙당의 당무감사도 생략됐다. 이는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임에도 당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사고당협 재정비와 당무감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단일대오 유지가 최우선 과제인 이 대표가 당권을 적극 행사하기가 부담됐을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의원 평가나 당무 감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의원이 반발하면 자칫 계파 갈등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한 친이재명계 의원도 “윤석열 정부와 전쟁 중인 지금 당내 분란의 소지를 만들기보다는 불확실성이 걷힌 뒤 본격적인 인적 쇄신에 나서는 것이 낫다”고 전했다.
변칙적 의원 평가...공정성 시비로 이어질 가능성
문제는 변칙적인 의원 평가 등이 나중에 공정성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중간고사 기회는 주지 않고 기말고사 점수만으로 입시를 한다는 것인데 점수가 나쁜 사람은 불만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당권 행사도 절제하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하고 있지만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분당설'이 제기되는 등 당내 구심력은 갈수록 느슨해지는 모습이다. 한 중진 의원은 "검찰이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흘리고, 심지어 범죄자인 남욱과 유동규마저 야당 대표를 조롱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대표 리더십이 가랑비에 옷 젖듯 상처받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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