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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프셀러? 2022년 출판계 박근혜 효과가 조용히 더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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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프셀러? 2022년 출판계 박근혜 효과가 조용히 더 강했다

입력
2022.12.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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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분석
박근혜 에세이 정치분야 1위...조국·유시민 앞서
文 추천 종합 100위 안에는 '원래 베스트셀러' 2권뿐
尹 읽은 '선택할 자유'는 정치분야 24위

지난 200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택에서 책을 읽고 있다(왼쪽). 올해 7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 자택에서 책을 읽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 트위터 캡처

지난 200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택에서 책을 읽고 있다(왼쪽). 올해 7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 자택에서 책을 읽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 트위터 캡처

'문프셀러.'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하는 책이 곧잘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붙은 말이다. 문 전 대통령 취임 동안 휴가철과 '독서의 계절' 가을, 우리나라 작가들의 해외 출판상 수상 등 굵직한 문화계 이벤트 때 추천한 책들이 서점가를 강타했고, 올해 5월 퇴임 후에는 10여 권의 책을 추천하며 그때마다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한데 올 한해 실제 전국 대형서점 판매 추이를 보니, 문 전 대통령보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이 '소리 없이 더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본보가 교보문고, 예스24의 종합 베스트셀러 200위를 분석한 결과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생 책'으로 꼽혀 화제가 됐던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의 판매량은 전년도에 비해 소폭 오르는 데에 그쳤다.

온라인 판매도 박근혜 에세이가 조국 에세이 앞서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에세이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 조국 전 장관 저서 '가불 선진국, 유시민 작가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 교보문고 캡처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에세이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 조국 전 장관 저서 '가불 선진국, 유시민 작가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 교보문고 캡처

박 전 대통령의 에세이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는 올 한해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4위, 정치사회분야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문 전 대통령 측근인 베스트셀러 저자들의 저서 '가불 선진국'(조국‧51위), '거꾸로 읽는 세계사'(유시민‧57위), '유럽 도시 기행2'(유시민‧86위)는 모두 50위권 밖에서 이름을 올렸다.

전국 40여 개 매장과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는 교보문고에서 올 한 해 문 전 대통령이 추천한 책 중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에 든 책은 김훈의 '하얼빈'(3위),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46위) 두 권이었다. 한데 김훈 작가의 전작은 꾸준히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들었다는 점에서,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문 전 대통령이 추천하기 한달 전인 9월 중‧하순부터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오롯이 추천 영향으로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보긴 어렵다.

문 전 대통령 추천 책 중 종합 베스트셀러 판매 순위 200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115위), '지리의 힘'(127위)이 포함됐다. 역시 전년도에 각각 과학 베스트셀러 4위, 종합 베스트셀러 198위에 오르는 등 입소문을 탄 책들이다. 문 전 대통령의 말과 사진을 담은 에세이 '문재인의 위로'는 종합 베스트셀러 197위를 기록했다.

눈여겨볼 지점은 상대적으로 30, 40대 구매자가 많은 온라인서점 예스24의 집계 결과도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박 전 대통령 에세이 '그리움은...'은 종합베스트셀러 18위‧정치분야 1위를 기록, 문프셀러를 압도했다. 온라인서점에서 특히 더 많이 팔리는 수험서‧토익 관련 책을 집계에서 제외하면 '그리움은...'의 성적은 13위로 뛴다.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든 문프셀러 역시 단 두 권, '하얼빈'(3위)과 '아버지의 해방일지'(24위)다. 조국 전 장관의 '가불 선진국'은 22위, 유시민 작가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65위를 차지했다.

출판가 수년간 휩쓴 文심 최근에 '시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로 귀향한 지 일주일째인 5월 17일 문 전 대통령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로 귀향한 지 일주일째인 5월 17일 문 전 대통령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이런 결과는 문 전 대통령의 집권기 때와 사뭇 다르다. 취임 첫해인 2017년 교보문고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에는 문 전 대통령 저서가 25위(문재인의 운명), 37위(대한민국이 묻는다)에 올랐다. 그해 8월 문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추천한 '명견만리'도 돌풍을 일으키며 종합 148위에 올랐다.

측근으로 꼽힌 유시민 작가의 저서는 신간은 물론, 출간한 지 수년이 지난 책들까지 역주행하며 서점가를 휩쓸었다(국가란 무엇인가‧5위, 어떻게 살 것인가‧20위,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54위, 나의 한국현대사‧106위). 김제동의 '그럴 때 있으시죠?'도 종합 36위에 올랐다.

취임 3년차인 2019년 10월 아세안회의 때 문 전 대통령이 각국 정상에게 추천한 한강의 '소년이 온다'도 역시 출간 5년이 지났지만 그해 종합 베스트셀러 147위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77위로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문 전 대통령 측근 조국 전 장관이 쓴 '조국의 시간'이 종합 4위에 올랐다. 올해 그 자리를 박 전 대통령의 에세이가 차지한 셈이다.

'윤석열 저격 vs. 이재명 저격' 저서 판매 순위 보니

지난 2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2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대선 주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한 책들의 판매 흐름도 흥미롭다.

대선 기간 이재명 대표를 저격한 책 '굿바이, 이재명'은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41위로 윤 대통령 관련 의혹을 제기한 책 '윤석열 X파일'(78위)보다 많이 팔렸다. 조국 전 장관(가불 선진국‧51위), 유시민 작가(거꾸로 읽는 세계사‧57위)보다도 앞선 순위다.

거칠게 말해 이 대표를 싫어하는 독자가 윤 대통령을 싫어하는 독자보다 오프라인에서 책을 더 많이 샀다는 뜻이다. 반대로 온라인서점 예스24 집계에서는 '윤석열 X파일'이 44위, '굿바이, 이재명'이 129위를 차지했다.

두 저서와 박 전 대통령 에세이 구매 연령층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젊은 구매자가 더 많은 예스24에서 박 전 대통령 에세이가 문프셀러를 앞지른 배경을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역시 거칠게 정리하자면 '40대의 보수화'다.

저서별 구매 연령 비율자료: 교보문고

연령대 '그리움은 아무...' '윤석열 X파일' '굿바이, 이재명'
10대 0.4% 0.3% 0.3%
20대 6.4% 6.2% 5.5%
30대 18.1% 12.1% 18.4%
40대 23.8% 24.1% 21.2%
50대 18.7% 34.6% 18.8%
60대 이상 32.5% 22.7% 35.8%
합계 100% 100% 100%

이 대표를 저격한 '굿바이 이재명'을 구매한 3명 중 1명은 예상대로 60대(35.8%‧교보문고 집계)였다. 그러나 나이가 많을수록 이 책의 구매율이 높을 거란 짐작과 달리 40대 구매율(21.2%)이 50대(18.8%)를 앞질렀다.

이런 특징은 박 전 대통령 에세이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 구매에서도 드러난다. 이 책 독자의 3명 중 1명은 60대(32.5%)였지만, 역시 예상을 깨고 40대 구매율(23.8%)이 50대(18.7%)를 훨씬 앞섰다. 30대 구매율은 50대와 비슷한 18.1%였다.

이와 반대로 윤 대통령 관련 의혹을 제기한 '윤석열 X파일'을 산 독자 3명 중 1명은 50대(34.6%)였다. 40대는 24.1%, 60대 이상은 22.7%였다.

한편 출판계에서 윤 대통령의 영향은 미미했다. 윤 대통령 관련 저서 중 '윤석열 X파일'을 제외하고는 종합 베스트셀러 200위, 분야별 30위 안에 오른 책이 없었다. 윤 대통령의 '인생 책'으로 알려진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는 정치사회분야 베스트셀러 24위에 오르는 데에 그쳤다. 1980년에 쓴 이 책은 국내 1985년경 출간돼 절판과 복간을 반복했고, 최근 수년간 집계 순위에 올라오지 않았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종합 200위, 분야별 30위를 넘은 판매 순위는 집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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