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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BTS 리더 RM의 독백... 첫 공식 솔로작 '인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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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BTS 리더 RM의 독백... 첫 공식 솔로작 '인디고'

입력
2022.12.08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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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RM. 하이브 제공

방탄소년단 RM. 하이브 제공

“저를 가리키는 많은 이름이 있죠. RM, 방탄소년단(BTS), 제 친구들에겐 김남준(본명)일 거고요. 하지만 스물아홉 살의 저를 미술 작품으로 만들어 제목을 붙인다면 ‘무제’일 겁니다.”

2일 첫 공식 솔로 앨범 ‘인디고’를 발표한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은 최근 영국 음악전문지 NME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현재를 ‘무제’로 표현했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어서”라는 게 이유다. “어떤 앨범 하나를 만들었는데 그게 나다. 그게 뭔지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도 했다.

‘인디고’는 BTS 리더, 음악가, 자연인 김남준, 그 모든 것을 포함한 ‘무제’인 누군가를 아우르는 앨범이다. 그는 소속사 하이브를 통해 “2019년 처음 구상해 4년간 준비한 일기 같은 앨범”이라며 “내가 느낀 정서와 감정, 고민, 생각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4년 전 발표한 비공식 솔로 앨범인 ‘모노.’가 흑백이라면 ‘인디고’는 자연에서 온 청바지의 기본 색깔”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비유도 덧붙였다.

RM은 연예계에서도 유명한 미술 애호가이고 방탄소년단에서 작가적 자의식이 가장 뚜렷한 이들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다이너마이트'에서 '버터', '퍼미션 투 댄스'로 이어진 2020년, 2021년은 그에게 무척 어려운 시기였다. 지난 6월 멤버들의 솔로 활동을 예고한 회식 영상에서 그는 "랩 번안하는 기계가 됐다"며 창작자로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그룹으로 성장하면서 RM은 창작자이기보다 그룹의 수석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유엔에서 연설하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만났다. 그는 "내가 외교관인지 뭔지 모르겠다”(지난달 미국 팝스타 퍼렐과 대담)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디고’에도 이 같은 고민이 담겼다. 록 밴드 체리필터의 조유진이 참여한 타이틀곡 ‘들꽃놀이’에서 RM은 ‘이 지긋지긋한 가면은 언제 벗겨질까 / Yeah me no hero, me no villain / 아무것도 아닌 나’라고 말한다.

그룹 방탄소년단 RM의 첫 공식 솔로 앨범 '인디고' 콘셉트 이미지. 하이브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 RM의 첫 공식 솔로 앨범 '인디고' 콘셉트 이미지. 하이브 제공

‘아무것도 아닌 나’는 자신을 낮추는 겸양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앨범의 첫 곡 ‘윤’은 “평생 진리에 살다 가야 한다 이거야”라는 윤형근(1928~2007) 화백의 육성으로 시작하는데 그는 이 곡에서 ‘그는 말했지 늘, 먼저 사람이 돼라’ ‘나 역시 그저 좀 더 나은 어른이길’이라고 되새긴다.

‘들꽃놀이’에서 그는 금세 사라지는 불꽃이 아니라 황량한 들판을 오래도록 지키는 들꽃으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2017년 공식 팬카페를 통해 어린 시절 부모와 벚꽃놀이를 다녀온 경험을 전하며 RM은 ‘잔잔하게 피어 있는 들꽃이 참 좋다’고 했던 어머니의 표현이 좋았다고 쓴 적이 있다. 그는 이번 앨범에 대해서도 “책갈피에 끼워 넣고 한 번씩 꺼내 보는 은행나무잎처럼 한번씩 플레이리스트에 있게 되는 앨범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시인을 꿈꾸던 소년, 재능 있는 아마추어 ‘런치란다’(데뷔 전 썼던 예명), 연습생과 데뷔 초의 랩몬스터를 거쳐 슈퍼스타 RM이 되기까지, 그는 여러 차례 변화의 순간을 겪었다. ‘인디고’는 RM의 이 같은 28년 인생을 담은 앨범이다.

'인디고'에 대한 해외 매체들은 대체로 호평을 남겼다. NME는 “고전으로 기억될 만한 잠재력을 지닌 걸작처럼 느껴진다”며 별 다섯 개 만점을 줬고, 미국 대중문화지 롤링스톤은 “RM의 내면 세계를 음악적으로 묘사한 모험적인 작품”이라며 별 네 개에 해당하는 점수를 매겼다. 다만 영국 일간 옵저버는 “종종 평이한 순간들이 있고 외로움의 정서가 지나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팝과 랩을 아우르는 세련된 컬렉션”이라며 별 세 개를 줬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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