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방문해 38조 규모 경제협력
걸프 정상회의 참석 등 중동 스킨십 확대
'미국 견제' 위한 전략적 선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를 국빈 방문하면서 '중동외교'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사흘간의 방문 기간 시 주석은 중국·아랍 정상회의는 물론, 페르시아만 6개 산유국 간 협력체인 GCC(걸프협력이사회)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등 중동 여러 국가들과 스킨십도 강화한다.
시 주석의 중동 방문은 사우디와의 갈등으로 중동에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미국의 자리를 대신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지난 7월 사우디를 방문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시 주석은 사우디와 '규모 있는' 수준의 경제 협력 프로젝트도 진행할 방침이다. 중국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과 사우디의 벌어진 틈새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사우디 간 38조원 규모 계약 성사될 것"
7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부터 10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으로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해, 빈 살만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및 실질적 지도자인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담한다. 또 중국·아랍 국가 정상회의는 물론 GCC 콘퍼런스에도 참석한다. 사실상 주요 중동국가 대부분과 접촉하는 셈이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이번 방문을 통해 중국·GCC 간 역사적 관계가 새로 정립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새 운명을 같이하는 공동체 건설로 이어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 주석 방문 기간에는 사우디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대한 중국의 참여가 공식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와 이집트, 요르단에 걸쳐 미래형 첨단 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업비만 5,000억 달러(670조 원)에 달하는 지상 최대 건설 프로젝트인 만큼 사우디로선 중국의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과 석유 부국 정상 간 만남임에 따라 에너지·인프라·안보 분야 등에 걸친 수십 개의 합의 도출도 예상된다. SPA는 "시 주석의 이번 방문 기간 양국이 1,100억 리얄(약 38조 6,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소원해진 사우디, 중국 밀어주기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 성사는 미국 견제 필요성이 큰 두 나라 간 "전략적 선택"으로도 분석된다.
2018년 사우디 출신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가 지목된 이후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급격히 소원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 직후 "무함마드 왕세자를 국제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사우디를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지난 7월 사우디를 찾아 '석유 증산'을 요청했지만, 사우디는 '퇴짜'를 놨다. 사우디의 증산 거부에 미국은 '무기 지원 거부' 카드를 꺼내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사우디 입장에서도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손을 잡을 필요가 컸던 셈이다.
중국은 중동에 한발 다가가면서, '대미 견제' 우군을 확보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챙길 수 있다. 대만 유사시, 서방이 제재를 단행하더라도 중동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 성사는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사우디가 작정하고 중국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왕광다 상하이국제대학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중동 국가들은 서방의 오만함에 지쳤다"며 "다른 국가의 자주적 발전을 존중하는 중국은 그들의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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