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좀 더 건강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법

입력
2022.12.07 22:00
27면
0 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성인은 부모가 된 후부터 아이로 인한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사생활이나 경력도 포기해야 하며 시간과 비용도 꽤 할애해야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힘든 점은 부모가 의도와 다르게 아이의 말과 행동이 나타나서 겪는 스트레스이다. 아이도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이므로 자신의 주장이 있을 테고 부모와의 의견 충돌은 필연적인 현상이다. 만약 그런 상황이 생겨서 아이를 말로 설득하지 못하면 우월적인 존재인 부모는 강력한 무기인 화를 사용함으로써 문제를 매듭짓는다. 자녀의 징계권이 2021년 1월 7일부로 사라졌기에 이제 직접적인 체벌은 불가능하지만 이처럼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 것마저 자제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달부터 필자는 집에서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기' 챌린지를 시작했다. 이를 결심한 이유는 요즘 아이에게 내는 화가 부쩍 늘었고 밖에서 겪은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푸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였다. 긴 고민 끝에 이제부터 소리 지르며 화내지 않는 것에 도전해 보겠다고 가족들에게 선언한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2021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정서적 학대('자녀를 때리겠다고 위협하는 것'과 '자녀에게 욕이나 나쁜 말을 퍼붓는 것')를 경험한 9~18세의 위기 청소년 비율이 46%에 달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나는 아니라고 여기며 가볍게 흘려듣곤 한다.

부모가 화를 내며 내뱉는 말들은 아이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올바른 성장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화냄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머리는 뜨거워지고 아랫배는 차가워져 집중력과 정보 처리 능력이 떨어져서 산만한 상태가 된다. 뿐만 아니라 화는 정서와 기억을 맡고 있는 뇌의 해마에도 악영향을 준다. 세포가 엉성해져 기억력과 정서에 악영향을 주고, 동공이 풀리거나 상대방의 말에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않는 등의 신체적 반응으로도 나타난다.

그렇다고 당장 분노의 감정을 모두 차단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감정적인 표현을 절제해서 드러낸다면 충분한 훈육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느끼는 불만을 계속 참다가 화를 도저히 참지 못하는 지점에 도달하면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혼을 낸다. 아이와 어른 모두 차분해지면 대화를 통해 무엇 때문에 혼이 났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주고, 혹시 정도가 심했다면 화낸 것에 대해서도 사과를 하며 마무리하는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화를 참기만 한다면 압력밥솥처럼 언젠가는 터져 나온다. 그러므로 슬기로운 훈육은 화를 내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좀 더 건강하게 감정을 표현하자는 의미임을 기억해야 한다.

보통 우리는 몸이 좋지 않거나 밖에서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자신을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가족에게 쉽게 화를 내곤 한다. 지금 아이에게 자신이 어떤 부모인지 물었을 때 화를 많이 내는 부모라는 답이 돌아온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 어린 시절의 아이에게 시도 때도 없이 화만 내는 부모로 기억되는 것은 너무 서글픈 일일 테니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화내지 않기 도전을 시작한 뒤 이미 두세 번의 실패를 겪었다. 하지만 그래도 다시 도전한다. 이런 의지를 보이는 것은 아이와의 관계를 위하는 것일뿐더러 나를 위한 도전도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양원주 수필가·한국전력공사 대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