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랑루즈!' 사틴 더블 캐스트 김지우·아이비
2005년부터 뮤지컬 무대에 선 17년 경력의 배우는 난생처음 청심환을 먹고 오디션에 임했을 정도로 겁이 났다고 했다. 같은 해 가수로 데뷔해 2010년부터 뮤지컬에 출연해 온 또 다른 배우는 오디션 도중 포기할까 싶었다고 했다.
20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하는 라이선스 뮤지컬 '물랑루즈!'의 주인공 사틴 역을 번갈아 맡게 된 배우 김지우(39)와 아이비(40)는 7개월에 걸쳐 진행된 치열했던 오디션을 떠올리며 공히 "간절한 마음이 컸다"고 강조했다.
연말 대작 뮤지컬 홍수 속에서 아시아 초연작으로 관심을 모으는 '물랑루즈!'의 두 히로인을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뮤지컬 '물랑루즈!'는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한 바즈 루어만 감독의 동명 영화(2001)가 원작으로, 1890년대 프랑스 파리 클럽 물랑루즈 최고의 스타 사틴과 미국에서 온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2019년 브로드웨이 초연과 영국, 호주, 독일 공연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두 배우는 "주목받는 공연의 주목받는 역할을 맡아 꿈만 같다"며 "이 공연의 일원이 됐다는 사실만으로 자부심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우는 "물랑루즈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2019년에 무작정 뉴욕으로 가 공연을 관람했다"며 "한국 공연 오디션 지원서도 전 배역 통틀어 1번으로 접수했을 정도로 정말 간절하게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 배우가 같은 배역을 나눠 맡기는 2018년 뮤지컬 '시카고'의 록시 역에 이어 두 번째다. 아이비와 김지우는 각각 가수와 TV 연기자로 데뷔했지만 뮤지컬을 통해 경력의 터닝포인트를 맞은 점에서 닮았다. 2005년 단 3명의 배우가 꾸리는 소극장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로 뮤지컬계에 입성한 김지우는 꾸준한 무대 경험과 함께 뮤지컬계 대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키스 미 케이트'로 처음 뮤지컬에 도전한 아이비는 최근에는 대작의 주연을 도맡고 있다. 뮤지컬만의 매력에 대해 두 사람은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어 좋다"(김지우) "방송활동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정도로 팀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와 보람이 있다"(아이비)는 점을 꼽았다.
이번 공연은 19세기 말 파리의 사교클럽 물랑루즈를 그대로 옮겨온 듯 화려하게 꾸민 브로드웨이 무대를 그대로 재현한 레플리카 버전으로 펼쳐진다. 극 중 16벌의 의상을 입는 두 사람은 최근 의상 피팅을 위해 호주까지 다녀왔다. 아이비는 "직접 보면 오프닝부터 반하게 된다"며 "'자본주의 뮤지컬'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화려하다"고 말했다.
귀에 익은 팝송을 삽입곡으로 활용한 주크박스 스타일의 뮤지컬 '물랑루즈!'는 한 넘버에 팝송 여러 곡을 잘개 쪼개 엮은 점에서 기존 주크박스 뮤지컬과 차별화된다. 마돈나, 비욘세, 아델, 리한나 등이 부른 팝 70여 곡을 담았고 1막 마지막 곡인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 한 곡에만 20개곡이 들어가 있다. 원곡의 영어 가사를 한국어로 개사하기 때문에 유머 코드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김지우는 "번역이 재치 있게 잘 됐고 각 곡의 연결이 자연스러워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뮤지컬의 사틴은 영화의 연약한 모습과 달리 재정 위기에 빠진 클럽 물랑루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강인한 면이 더 부각됐다. 두 배우가 코로나19 팬데믹을 보내면서 뮤지컬 무대를 향해 가졌던 마음가짐과도 비슷하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 중 '비틀쥬스'에 출연할 때 이런 시기에 공연을 꼭 해야 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무대라는 공간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와닿았던 상황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슬플 때 책이나 영화, 공연으로 위안받을 때가 있죠.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무대를 준비하는 지금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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