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 3호선 수성시장역 30m 거리 빌딩
매매규모 300억 원, 월 임대료만 1억1,300만 원
분양주 "월세도 안 나오는 병원으로 투자자기만"
시행사 "병원 입점했고 수익 나도록 노력 중"
대구 수성구 수성동2가 대구도시철도 3호선 수성시장역 인근 빌딩 전경. 류수현 기자
대구 초역세권 상가빌딩 분양주들이 병원입주를 약속한 시행사에 대해 사기분양 의혹을 제기하며 법적대응에 나선다. 분양주들은 "시행사가 건물 전체에 병원을 입주시키겠다고 약속해 투자했는데, 미분양에다 임대료 체납도 쌓이고 있어 이달 중순 시행사를 검찰에 고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12일 대구지역 부동산업계와 분양주 등에 따르면 2019년 8월 한 시행사가 대구 수성구 수성동2가 대구도시철도 3호선 수성시장역과 직선거리로 30m 지점에 부지 1,140㎡ 연면적 1만388㎡ 지하 2층 지상 13층 규모의 빌딩을 착공해 지난해 6월 준공했다.
이 건물에는 1층 상가 9곳 가운데 약국 1곳 등 3곳이 영업 중이고 2~4층은 내과, 5층은 피부과와 외과, 6~9층은 정형외과, 10~12층 입주예정인 한방병원은 문을 열지 않고 있다. 피부과와 외과는 당초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분양주가 직접 뛰어들었고, 13층은 시행사가 사무실로 사용 중이다.
시행사는 공사 당시 현장 가림막에 '병원 임대계약 완료', '안과 성형외과 치과 피부과 내과 이비인후과 종합검진센터 유방갑상선클리닉 한방클리닉센터', '11개층 44개호실 병·의원 개원 확정' 등 문구로 홍보해 지난해 8월 분양을 끝냈다.
시행사는 지난해 분양 당시 컨설팅업체와 병원 입점 등을 골자로 하는 계약을 체결해 분양주의 투자를 유도했고 같은 해 10월까지 분양주 41명은 매매금액의 80%에 이르는 잔금을 치른 뒤 소유권을 확보했다.
분양 결과 면적 49.5㎡인 1층 약국이 19억 원, 137㎡ 크기의 호실이 최대 10억 원에 이르는 등 총 매매금액은 300억 원을 기록했다. 임대금액도 약국은 보증금 3억 원, 월 임대료 1,100만 원, 병원도 호실 당 최대 보증금 1억 원, 월 임대료 420만 원에 이르는 등 총 보증금은 24억 원, 한 달 임대료는 1억1,300만 원에 이른다.
분양주들은 새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던 중 사기분양 의혹을 포착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10월쯤 입주해야 할 한방병원은 자체 인테리어공사까지 마쳤지만 1년이 넘도록 소식이 없고, 5층 병원도 시행사가 약속한 곳은 아니다.
한방병원과 내과 정형외과 3곳도 임대료와 관리비도 연체하고 있어 분양주들은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방병원은 월 임대료 2,800만 원과 관리비 500만 원을 1년 째 연체해 총 3억9,600만 원을 내지 않는 등 병원 3곳의 체납액만 13억8,960만 원에 이른다.
임차인을 내보내려고 해도 약국을 제외한 분양주 40명은 1인당 2,800만 원의 원상복구비를 부담해야 하는 처지다. 분양주 측에 따르면 이날까지 파악된 손해금액은 1인당 7,132만 원 선이다.
분양주 측에 따르면 시행사는 오로지 분양을 위해 의사를 섭외했고 이들에게 보증금과 병원운영비 명목으로 수억 원씩 대여해, 입주 의사들은 자기자본은 한 푼도 없이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양주 A씨는 "시행사가 자체적으로 인테리어까지 해주면서 수익도 안나는 병원 의사를 앉혀 놓은 것은 분양주를 기만한 것"이라며 "한 달에 600만 원 씩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지만 병원이 매달 연체 기록을 경신하고 있어 막막하다"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시행사는 공사 중 병원 사정에 따라 변동이 있었지만 계속 모집 중이라고 밝혔다. 시행사 관계자는 "병원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병원 입점과 관련된 컨설팅 때문에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수익이 나도록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