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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째 히잡 시위에 이란, '도덕 경찰'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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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째 히잡 시위에 이란, '도덕 경찰' 폐지

입력
2022.12.04 21:36
수정
2022.12.0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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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법무장관이 밝혀
히잡 강제한 법 개정도 시사
실제 개정 여부는 불확실

이란 여성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이란과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마흐사 아미니를 기리는 유니폼을 들고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타르=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여성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이란과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마흐사 아미니를 기리는 유니폼을 들고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타르=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정부가 히잡 등 여성 복장을 단속하는 이른바 '도덕 경찰'을 없애기로 했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잡혀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이 야기한 반정부 시위가 석 달째 계속되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은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법무장관이 전날 밤 열린 종교회의에서 "도덕 경찰을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 보도했다. 몬타제리 장관은 이날 회의의 한 참석자로부터 "왜 도덕 경찰이 폐지되느냐"는 질문에 "도덕 경찰은 사법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정부가 도덕 경찰의 활동 중단이나 조직 폐지를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다.

이란에서는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은 예외없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써야 한다. 히잡을 쓰지 않거나 몸에 딱 붙는 옷을 입었다면 도덕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된다. 도덕 경찰은 거리의 여성을 납치하듯 연행하거나 구타하는 등 마구잡이식 단속으로 악명 높다. 보수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06년부터 풍속 단속을 전담했다.

이후 수도 테헤란 등을 중심으로 머리카락이 보이도록 느슨하게 히잡을 쓰는 등 분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해 8월 집권한 강경파 에브라임 라이시 대통령은 히잡 단속을 되레 강화했다. 구시대적 히잡 단속은 결국 지난 9월 아미니 사건으로 사달이 나고 말았다.

이후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는 반정부 시위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하며 이란 전역에서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란 당국은 시위대 무력 진압에 나서면서 국제적 비난을 자초했고, 카타르 월드컵에선 자국 선수들의 '침묵 시위'로 제대로 망신살이 뻗쳤다.

구석에 몰린 이란 정부는 그간 이란 여성을 옥죄어 온 '히잡법' 개정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3일 TV 논평에서 "이슬람을 기초로 이란이 세워졌다는 점은 헌법에 못 박혀 있다"면서도 "헌법을 유연하게 구현하는 방법들이 있다"고 말했다. 히잡 착용을 의무화한 법 개정 검토를 시사한 것이다.

몬타제리 장관은 "의회와 사법부가 (법률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며 "앞으로 1~2주 내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법 개정을 주도하는 사법부 등을 보수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탓에 실제 개정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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