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상임의장 회담서 '방역 완화' 시사
주요 도시 PCR 검사 완화...일각에선 불안감 호소
중국이 고강도 코로나19 방역 정책인 '제로코로나'의 완화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장기간 봉쇄에 따른 여론 악화를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확실한 신호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에서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과 만나 중국의 방역 조치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CNN이 인용한 EU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 주석은 최근 정부를 상대로 항의 시위를 하는 것은 주로 학생들이라고 꼽으면서 "그들은 3년간의 (방역 조치와) 감염병 확산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제로코로나 항의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고 있지만, 시위대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 주석은 이어 "오미크론 변이는 덜 치명적이기 때문에 중국은 방역 완화 가능성을 더 열어 둘 수 있다"고도 했다. 이는 '위드코로나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PCR 검사 대폭 축소... 내년 초 '위드코로나' 할 듯
시점과 속도의 문제일 뿐, 중국에서 방역 완화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상이 걸렸던 베이징에선 2, 3일 전에 실시한 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를 제시해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다. 5일부터는 이 같은 제한이 풀린다. 광둥성 선전시도 버스 승객의 PCR 검사 결과를 확인하지 않기로 했다. 베이징, 광저우, 충칭 등 주요 도시에선 자택 격리자의 1~3일 간격 PCR 검사 의무 지침을 철회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광둥성 광저우 방역 당국은 이달 2일 "오미크론은 증상이 경미하고 계절성 감기와 비슷하다"고 시민들에게 공지했다. 오미크론 변이를 얕봐선 안 된다는 그간의 지침에서 물러선 것이다.
이에 중국인들이 대거 이동하는 기간인 내년 1월 춘제(중국의 설 명절)까지는 방역 수위를 유지하고, 춘제 이후 위드코로나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방역 완화하자 되레 불안감 증폭
민심을 의식한 방역 완화가 코로나19의 재확산을 초래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없지 않다. 저우자퉁 광시좡족자치구 질병통제센터장은 "방역 조치를 즉각 풀면 사망자가 200만 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수 논객 리광만은 "현재 감염병 예방·통제 정책의 조정은 신중해야 한다"며 "조금만 긴장을 풀어도 홍수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국의 PCR 검사소가 문을 닫거나 단축 운영되는 것을 지켜보는 중국인들의 시선도 "후련하다"와 "불안하다"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4일 운영이 중단된 PCR 검사소 앞에서는 "당장 검사를 받게 해달라"는 주민과 "집으로 돌아가라'는 경찰이 실랑이를 벌였다. 코로나19 감염 증상 완화 약품으로 알려진 한방 독감 치료제인 '렌화칭원'과 해열제, 가정용 산소호흡기 등 의약품 사재기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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