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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주식백지신탁...무기한 연장에다 깜깜이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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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주식백지신탁...무기한 연장에다 깜깜이 운영

입력
2022.12.12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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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이내 처분' 규정에도 '무기한 연장' 활용
신탁 후 재산공개 대상 제외... 안 팔려도 그만

국회 본회의장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회 본회의장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005년 공직자윤리법에 신설된 주식백지신탁 제도는 공직자가 3,000만 원을 초과하고 직무관련성이 인정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를 금융회사에 맡겨 60일 이내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해충돌 논란을 줄이기 위해 보유 주식의 매각을 수탁기관에 맡겨둔 채 공직활동에 집중하도록 한 방안이지만, 이 역시 허점이 많아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①'60일 이내 처분' 규정 있지만 '무기한 연장' 활용

우선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한 '수탁기관을 통한 60일 이내 보유 주식 처분'을 지키는 경우가 드물다. 기한 내 처분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30일 연장이 가능하고, 연장 횟수에 제한이 없는 조항 탓이다. 임기 내 반드시 처분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어 임기 중 처분을 무기한 연장한 뒤 되돌려받을 수 있다. 이에 한국일보는 수탁기관의 처분 및 관리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회사무처는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회의 내용은 비공개'라는 사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장외에서 거래되는 비상장 주식은 매각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한 내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19~21대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회사가 수천억 원대의 피감기관 사업을 수주한 사실이 알려져 도마에 올랐다. 박 의원은 당시 "보유 주식을 백지신탁했지만 비상장 주식인 데다 회사 매출 저조로 매수자가 없어서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여전히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박 의원은 두 달 전 이를 백지신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②신탁 후 재산공개 대상 제외 규정도 악용

백지신탁만 하면 매각 여부와 별개로 재산공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도 제도를 무력화하는 주요 요인이다. 수탁기관이 보유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더라도 임기 중에는 재산 신고를 하지 않아도 돼 여론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 국토교통위에서 활동하면서 본인이 대표이사를 지냈던 건설폐기물업체 세창이엔텍 주식 7만5,010주(43억 원 상당)를 보유해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됐다. 문 의원은 이후 2020년 9월 해당 주식을 백지신탁했다는 이유로 2021, 2022년 재산공개에선 해당 주식을 신고하지 않았다. 올해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세창이엔텍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문 의원은 해당 주식을 보유 중이다.

하승수 "백지신탁이야말로 시장친화적"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2일 한국일보와 만나 백지신탁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태경 기자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2일 한국일보와 만나 백지신탁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태경 기자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직무관련성 인정 범위가 좁고 백지신탁을 하더라도 매각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 보니 국회의원들도 '주식 보유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게 아니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직무가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직무관련성 심사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백지신탁을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지신탁은 공직에 있는 동안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게 만드는 시장친화적 제도"라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주식백지신탁 제도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국회의원의 이해충돌을 감시하는 독립 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인사혁신처 백지신탁심의위원회는 행정부 소속으로 국회에 대한 심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이른바 '국회 감사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구를 만들고 감사위원을 공개해 직무관련성 심사부터 일탈행위 조사, 징계까지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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