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학교 과밀을 방관할 수 없다."(서울 율현초 학부모)
"아이들의 등하교 안전 문제는 타협할 수 없다."(수서역세권A3블록 신혼희망타운 입주예정자)
지난 10월부터 이어진 초등학교 배정 문제로 서울 강남구 주민들 간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내년 6월 입주예정인 수서역세권A3블록 신혼희망타운 입주예정자들은 자녀들이 가까운 율현초등학교에 배정받기를 희망하지만, 기존 율현초 학부모들은 학교 과밀을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의 발단은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신혼희망타운 내에는 학교부지가 마련돼 있었다. 입주예정자들은 여기에 초등학교가 들어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인근 학교가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신설 요청을 거부했다.
초교 신설이 막힌 상황에서 대안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입주예정자들은 초등학교 대신 중학교 신설을 요구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인 율현초는 더 이상 새로운 단지의 학생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혁신학교인 율현초는 학급당 최대 25명까지 수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이미 주변 신규 단지 학생들을 받아들이면서 학급당 인원수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강제분산이 결정되면 입주예정단지의 일부 학생들은 주변의 자곡초와 수서초로 배정될 수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자곡초는 횡단보도를 5개나 건너야 하고, 수서초는 왕복 10차선 도로를 건너 1.8㎞ 거리를 통학해야 한다며 학생들의 안전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학교 배정을 둘러싼 갈등은 비단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를 새로 짓는 건 조심스럽고, 학교가 부족한 일부 신도시에는 과밀학급 문제가 발생하는 딜레마 때문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지역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경북 포항제철중학교 배정을 두고 인근 주민들끼리 얼굴을 붉혔고, 수원 광교, 인천 송도 등 신도시 지역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를 해결할 묘수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의 양보를 전제로 교육당국의 중재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학교를 더 짓는 것이 어렵다면 통학권이 보장된 학교를 증축하고 교원을 추가 배치해 해결할 수 있지만, 정부는 교육예산과 인력을 감축하려고만 한다"며 "지방교육당국도 주민들이 스스로 양보와 타협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전문가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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