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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민감한 정보교환은 담합

입력
2022.12.05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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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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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햇병아리 공무원 시절 미국 법무부에서 연수할 때다. 1995년 당시 필자의 멘토이던 직원이 가격, 생산량, 할인율 등 민감한 정보를 사업자들이 교환하는 것도 담합에 해당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정보교환이 담합에 해당될 수 있다는 인식이 거의 없었다. 일반적으로는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가 유통될 때 시장은 더 원활하게 작동된다. 하지만 경쟁자 간에 주고받는 비공개 민감한 정보는 경쟁 압력과 유인을 줄여 담합 수단으로 악용되기 때문이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보교환과 관련된 담합을 여러 건 처리하였다. 그중에는 음료 가격담합, 유제품 가격담합, 소주 가격담합, 라면 가격담합 등 국민 먹거리와 관련된 생필품 담합이 유난히 많다. 명시적인 합의 없이 가격 수준, 가격 인상률, 가격 할인 폭, 가격 할인율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 후 각자 자신의 가격을 결정했으나 인상 시기와 인상률 등이 거의 유사한 경우 담합일까, 아닐까? 우리나라 법원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법원에 비해 정보교환을 담합으로 보는데 상대적으로 엄격하다. 공정위가 패소한 라면 가격담합(2016년)이 정보교환에 대한 우리 법원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30일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하여 정보교환(정보를 주고받는 행위)을 합의의 한 유형으로 포섭했다.

물론 사업자들은 적법한 정보교환과 위법한 정보교환의 구분이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담합으로 처벌받을까 우려하여 모든 정보교환을 주저하게 된다고 한다. 공정거래법 40조 1항 9호는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여야 위법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 44조 2항은 법상 '정보'가 원가, 출고량·재고량 또는 판매량, 거래조건 또는 대금·대가의 지급조건이라고 구체화하고 있다. 법령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업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해를 돕기 위해 공정위는 '사업자 간 정보교환이 개입된 부당한 공동행위 심사지침'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교환에는 2가지 유형이 있다. 사전에 정보를 교환하기로 명시적으로 합의한 후 그에 따라 정보를 교환한 경우와 사전 합의 없이 사업자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사업자단체 모임을 통하여 묵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경우다.

정보교환에 따라 가격 인상, 생산량·판매량 감축, 할인율 축소 등의 경쟁제한 효과가 나타난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과거의 통계, 시장 수급 상황, 국제 원자재 가격 동향 등의 공개된 정보는 교환하더라도 경쟁제한 효과가 없어 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 반면 향후 가격, 향후 할인율, 향후 생산량, 향후 출고량 등 경쟁에 민감하면서 다른 사업자들은 알 수 없는 비공개 정보를 주고받은 후 가격이 상승하거나 할인율이 줄어드는 등의 경쟁제한 효과가 초래된 경우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교환된 정보를 바탕으로 각자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가격 인상 시기와 인상률이 유사하거나 일치할 경우 담합에 해당될 소지가 아주 높다. 유사 또는 일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보교환 이전보다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업체별 가격 편차가 줄어든 경우도 담합에 해당될 수 있다. 따라서 각자 스스로 조만간 결정할 가격, 할인율, 생산량, 출고량 등 경쟁에 민감한 비공개 정보는 주고받지 말아야 한다.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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