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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간 노인, 산부인과 간 남자… 내 보험료 왜 오를까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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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간 노인, 산부인과 간 남자… 내 보험료 왜 오를까 봤더니

입력
2022.12.02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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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치료 등 비급여 보험금 3년간 2배 급증
5년간 576회 치료받고 1.4억원 청구하기도
지속가능성 의문… "특정 항목부터 관리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950년생 A(71세)씨가 도수치료(손을 이용해 받는 치료)를 받은 곳은 소아과였다. 성인 남성 B(27)씨는 산부인과에서 도수치료를 받았다. 한 치과는 임플란트 시술을 해놓고 도수치료를 한 것처럼 보험금을 청구했고, 피부과는 도수치료 명목으로 필라테스 수업을 진행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적발된 도수치료 남용 사례다.

도수치료를 포함한 △하지정맥류 △하이푸시술 △비밸브재건술 등 4대 주요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금 지급액이 최근 3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상승을 유발하는 주요 비급여 항목을 관리하지 못할 경우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3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판매한 손보사 13곳이 집계한 4대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금 지급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4,035억 원이다. 2018년 말(7,535억 원) 대비 무려 86%(6,500억 원) 급증했다.

'부동의 1위' 도수치료, 2배 더 늘었다

특히 보험금 지급액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도수치료의 경우 증가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도수치료에 지급된 보험금은 1조1,319억 원으로, 2018년 말(6,389억 원) 대비 77%(4,930억 원) 급증했다. 도수치료는 단일 항목으로 지난해 급여와 비급여를 모두 합친 손보사 전체 지급 보험금(10조5,000억 원)의 11%를 차지한다. 금융당국이 과잉 도수치료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버젓이 횡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 1명이 5년간 총 576회 도수치료를 받고 보험금만 1억4,000만 원을 청구한 사례가 적발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코 성형 수술로 의심되는 비밸브재건술이 급증하는 추세다. 비밸브는 코 안의 빈 공간 중 상단에 위치한 통로로, 재건술은 좁아진 통로를 넓혀 코막힘 등을 개선하는 치료다. 하지만 일부 성형외과나 이비인후과는 코 성형을 원하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유도해 성형 수술을 해주고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비밸브재건술로 둔갑시키고 있다. 보험금 청구가 가능해지면서 비밸브재건술 보험금 지급액은 지난해 646억 원으로 3년 전(296억 원) 대비 2배 넘게 불어났다.

커지는 적자…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비급여 항목에서 과잉 진료, 의료 쇼핑 등이 의심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실손보험은 만성 적자를 기록 중이다. 4대 비급여 항목에서 지급되는 보험금의 최근 3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23%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 속도라면 5년 뒤 지급보험금 규모는 4조3,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손보사들의 보험손익 적자는 2조6,887억 원으로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렇다 보니 실손보험를 판매하는 13개 손보사 중 3개사는 신규판매를 중단했다.

문제는 일부 가입자들과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로 선량한 가입자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된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의료이용량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60% 안팎을 지급받고 있다. 이로 인해 실손보험료는 2020년 6~7%, 2021년 10~12% 인상된 데 이어 올해는 14.2%가 올랐다. 보험금 지급액 증가로 내년에도 10%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4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집중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시장은 "전체 비급여 항목이 문제 되는 게 아니라 특정 항목들에 대한 쏠림이 적자폭을 키우고 있다"며 "최소한 특정 항목에 대해선 심사기준을 강화하거나, 치료 인정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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