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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속 투쟁 치러 낸 이들 위해…크리스마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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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속 투쟁 치러 낸 이들 위해…크리스마스니까"

입력
2022.12.02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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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첫 연작소설 '크리스마스 타일'
크리스마스 배경의 단편 7편 묶어 내
'흔한' 삶 살아낸 이들에 보내는 뭉근한 위무
"힘 빼고 스토리 집중해서 쓴 첫 작품"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크리스마스는 괜한 설렘의 기운을 내뿜는다. 예수 앞에 기도하지 않고 산타를 기다리지 않는 이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한 해의 끝에서 싱숭생숭함이 뒤섞여 오묘한 분위기를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평소와 다른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벌어져도 될 것 같다. "크리스마스니까."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복자에게'로 이른바 믿고 읽는 작가 대열에 합류한 김금희(43) 작가의 신작 '크리스마스 타일'은 그런 크리스마스의 힘을 품은 작품이다. 작가가 데뷔 13년 만에 선보이는 첫 연작소설로 7편의 단편을 엮었다.

김금희 작가는 지난달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는 1년 중 가장 묘한 날"이라면서 "가장 종교적인 날과 상업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세속적인 날, 그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그런 묘한 분위기의 날이라면 "일상을 돌아보며 솔직해질 수 있는 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구나 간직하는 정도의 상처를 안고 다시 씩씩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12월 크리스마스라는 기착지에 오기까지, 범인들이 올 한 해도 각자의 일상에서 벌인 투쟁과 이를 치러 낸 어려움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김금희 작가. 블러썸크리에이티브 제공

김금희 작가. 블러썸크리에이티브 제공

작품의 시작점은 2020년 선보였던 단편 '크리스마스에는'이다. 방송국 PD '지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맛집 알파고'로 유명한 옛 연인 '현우'를 인터뷰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부산을 찾은 하루를 담았다. 작가 스스로 "제가 쓴 것 중 가장 웃긴 단편"이라고 한 이 소설은 그의 전작에서 찾아보기 힘든 활기찬 인물들이 돋보인다. 과거의 아픔을 삭이기보다는 드러내고 복수나 변명도 하고 싶어 하는 그런 인물들을 만나면서 작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더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크리스마스가 배경이 된다면 조금 더 자신을 내보이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독자의 삶에도 잘 스며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다.

이후 '지민'의 동료인 방송작가 '소봄'을 중심으로 한 단편 '첫눈으로'를 썼고, 마지막에는 '현우'의 친구와 소개팅을 앞두고 첫사랑을 떠올리는 '진희'의 크리스마스 밤을 그린 '하바나 눈사람 클럽'까지 집필했다. 7개의 단편은 '밤' '눈 파티' '하늘 높은 데서는' 등 총 세 장으로 나눠져 있다. 작가는 "어렵고 힘든 게 밤의 상태라면, 어떤 풍경과 사건을 만나고 과정을 거쳐서, 더 나은 지점을 바라보게 되는 흐름으로 이 책이 읽혔으면 좋겠다"고 편집 의도를 설명했다.

크리스마스 타일·김금희 지음·창비 발행·312쪽·1만5,000원

크리스마스 타일·김금희 지음·창비 발행·312쪽·1만5,000원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금희는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등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김승옥문학상 대상 등 수상 이력도 적지 않다.

그런 김금희에게 이번 신작은 장기전에 돌입하기 전 발판과도 같았다. 단편을 쓰고 나면 매번 몸이 아팠지만 이번엔 달랐다.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작가를 오래 못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놓은 그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증명하듯 했던 글쓰기에서 벗어나 힘을 뺐다. 사회적 메시지나 형식의 완미함을 비교적 덜 고민했다. 그 덕분인지 소설은 전작보다 1도 올라간 온기가 느껴진다. "인물들을 격려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고, 또 스토리에 집중하다 보니 조금 더 온기를 가진 게 아닐까요."

그럼에도 "심미적 쾌락을 생생하게 전달한다"(백지연 문학평론가)는 찬사를 받았던 문장은 여전하다. "마치 누군가의 머리 위로 죄 사함을 선언하듯 공중에서 끝도 없이 내려오는 그 눈송이들"('첫눈으로')만큼 크리스마스의 눈을 적절히 표현해낼 수 있을까. 떠올린 이미지와 가까운 단어를 찾으려 "안달복달한다"는 작가는 그 욕심까지는 "포기가 잘 안되더라"며 웃었다. 어쩌면 그것이 김금희의 본류일지 모른다. 성장소설·철학소설을 넘나드는 김금희표 연애소설의 계보를 잇는 '데이, 이브닝, 나이트' '하바나 눈사람 클럽'도 반가운 작품들이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합격 소식을 12월 23일인가, 그때쯤 받았어요. 좋은 크리스마스 기억이었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쓰고 또 쓰고 싶은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내년에는 자본과 시장을 소재로 그 세계에서 다치고 버티면서도 인간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장편으로 만들어 볼 계획이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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