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족 과격파 "폭동 기억하자" 선동
안와르 신임 총리 "좌시하지 않을 것"
말레이시아가 민족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제를 장악한 소수 민족인 중국인(화교)에 대한 말레이족(부미뿌뜨라) 주류의 뿌리 깊은 증오가 폭발했다. 지난 19일 실시된 총선에서 다민족 정책을 지향하는 희망연대(PH)가 집권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이슬람·부미뿌뜨라 과격파 사이에선 "폭동을 다시 일으켜서라도 화교를 몰아내야 한다"는 급진적 주장도 나온다. 정치권은 혐오를 조장하고,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부미뿌뜨라 과격파, '1969년 인종 폭동' 언급하며 선동
29일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화교를 협박하고 혐오를 표출하는 글과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한 영상 속에선 칼을 든 사람들이 나와 "부미뿌뜨라 전사들이여, 1969년 5월 13일을 기억하고 다시 행동해야 한다"고 선동한다. 부미뿌뜨라가 화교 거주지를 습격해 약 200명이 희생된 날이다.
"말레이시아의 이익만 빨아먹는 화교는 언젠가 자국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는 족속이다", "중국은 군림하려 할 뿐 말레이시아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같은 글도 유포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화교 혐오 조장 행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틱톡 등 SNS 플랫폼 회사들도 수사와 게시물 삭제에 협조하고 있다.
다민족국가의 현주소… 안와르 "안정적 정부 수립할 것"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62%)·중국계(22%)·인도계(7%)가 공존하는 다민족국가이다. PH 이외의 정당 대부분은 이슬람·부미뿌뜨라가 핵심 지지기반이다. 이번 민족 갈등에는 정권을 놓친 반대 세력이 화교 혐오를 고리로 새 정권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1969년 인종 폭동을 겪은 말레이시아는 이후 '다민족 융합'을 최우선 순위 국정 과제로 설정했다. 하지만 역대 정권은 부미뿌뜨라에 사실상 공무원 채용 특혜를 주는 등의 방식으로 교묘하게 민족 갈등을 부추겼다. 화교들은 말레이시아화교연합회(MCA) 등 자체 정당을 만들어 저항하고 있다.
지난 25일 총리에 취임한 PH의 수장 안와르 이브라힘은 "이번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 기득권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민족차별적 정서를 퍼트리는 것을 우려한다"며 "안정적 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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