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대사, 특파원단 간담회 진행
“김여정 날선 반응 한미 차단 효과 방증”
"IRA 개정, 민주·공화 합의 진행 어려워"
조태용 주미대사가 28일(현지시간) “한미는 북한이 핵ㆍ미사일 프로그램 자금 조달을 위해 사이버 공간에서 자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불법 행위 차단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 대사는 이날 워싱턴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에서 드러난 북한의 날 선 반응은 한미 양국의 노력이 효과를 거둔다는 방증”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김 부부장은 윤석열 정부의 추가 독자제재 조치 검토 입장을 두고 ‘천치바보’, ‘미국의 충견’ 같은 거친 표현으로 비난하는 담화를 24일 발표했다.
이와 관련, 한미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초점을 맞춘 협의체를 가동하면서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활발한 억제 활동과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한이 불법 사이버 활동으로 얻는 수익이 실제로 줄어들고 비용은 늘어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자금의 30%를 사이버 해킹으로 충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라자루스 등 북한 해킹 조직이 올해에만 10억 달러(약 1조 3,400억 원)의 가상화폐를 탈취했다고 분석했다.
"북 탄도미사일 올해 63발 발사"
조 대사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도 지적했다. 그는 “올 한 해 북한의 도발이 계속돼 왔지만 특히 9월 하순부터는 유례없을 정도로 고도의 도발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연간 기준 최다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2019년 25발이었는데 올해는 벌써 63발이나 쐈고, 9월 하순부터만 따져도 32발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또 포사격과 전투기 동원 등 재래식 도발도 병행하고 있다고 조 대사는 비판했다.
조 대사는 “최근 일련의 김여정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 담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이나 확장 억제 대외 메시지 등을 구실로 삼아 도발 책임을 전가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이는 결코 국제사회에서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대사는 동시에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정부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과 도발에 적극 대응하면서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 대화 복귀를 위한 외교적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며 “지난주 정부가 ‘담대한 구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상세히 밝힌 바 있듯이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복귀하면 우리 또한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중국도 북한 핵실험에 반대하고 있고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찾고 현재의 도발 국면을 안정세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방향에 있어서는 한중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중보다 한중 간 의견 교환이 활발하다는 평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RA 개정안 상·하원 모두 발의 고무적"
한국산 전기차 차별 논란을 불러온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 조 대사는 미 상ㆍ하원에서 모두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도 미국 측에 이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면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며 “정부는 미 무역대표부(USTR) 협의 채널뿐 아니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등과의 협의도 강화해 나가면서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주미대사관을 매개로 EU, 일본 등 이해당사국과 지금까지 6차례 만나 IRA 관련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또 필요하다면 공동 행동이나 조율된 조치도 모색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4일 끝난 미 재무부의 IRA 하위 규정 마련을 위한 의견 수렴 절차에 맞춰 정부와 기업도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조 대사는 “미국 국내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간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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