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내 혁신 활동 전개 눈길
사내 스타트업·아이디어숲 론칭
"경영 환경이 바뀌면 성공 방정식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이 올초 신년사에서 직원들에게 강조한 메시지다. 그가 제안한 성공 방정식은 바로 '사내 혁신'. 다만 어느 회사든 혁신을 얘기하지 않는 곳은 없다. 이를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다. 제대로 된 방법론과 임직원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혁신은 그저 구호에 그칠 뿐이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업종 특성상 보수적이라 변화에 굼뜨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삼성생명은 최근 2년간 여러 혁신 실험을 거듭하며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생명의 혁신은 '고객'에 그 방점이 찍혀 있다.
"3개월간 별도 공간서 일하며 아이디어 개발"
삼성생명은 지난해부터 '삼성생명 사내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이 직접 주도하는 일종의 '보텀업(Bottom-Upㆍ상향식)' 방식의 혁신 문화를 확산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할 수 있게 전담 조직을 꾸린 것이다.
삼성생명은 반기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어 2~3개 팀을 선발한다. 선발된 팀은 3개월간 별도의 업무 공간인 아이랩(I-Lab)에서 일하며 본인이 구상했던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직원들 반응은 긍정적이다. 기존 업무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업무를 경험해 볼 수 있어 그 자체로 자극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 지금까지 총 287개의 아이디어가 모였고, 이 중 9개 팀이 선발됐다. 지금은 5개 팀의 아이디어가 사업화 단계에 있다.
"진료이력 입력하면 예상 보험금 알려줘"
1기 사내 스타트업이 진행한 '보험금 찾기 서비스'는 직원 아이디어가 실제 상용화로 이어진 첫 사례다. 지난해 5월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된 이후 1년 3개월 만의 성과다. 해당 팀은 보험 핀테크(금융+IT) 회사인 '솔루투스'와 협업해 기술적 완성도도 높였다. 스타트업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성과였다는 게 회사 측의 자평이다.
삼성생명이 최근 선보인 '보험금 찾기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서비스는 주로 '숨은 보험금 찾기' 기능에 머물러 있다. 이미 만기가 지났는데 고객이 깜빡 잊고 타가지 않은 보험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주는 식이다.
무엇보다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는 어떤 치료를 받은 뒤 보험금을 청구할 때 사전에 보험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대략적인 금액을 안내받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가 이를 알려주지 않다 보니, 보험 가입자는 보험금이 나오기 전까진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런 고객의 가려운 부분을 해결한 게 삼성생명의 '보험금 찾기 서비스'다. 삼성생명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진료이력을 입력하면 청구 가능한 보험금을 알려준다. 앱이 건강보험공단의 정보를 활용해 고객의 진료 이력과 보험계약 내용을 검토해 예상 보험금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특히 두통이나 허리와 같은 특정 단어만 입력해도 연관 수술, 질병명이 자동으로 검색돼 손쉽게 진료 이력을 입력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정액 보험금은 물론 실손보험까지 포함해 미청구 보험금과 미지급 보험금까지 모두 알려준다.
그간 보험사들은 보험 가입자를 모집할 때와 달리 정작 보험금을 내줄 땐 인색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고객이 치료를 받고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놓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보험금 찾아주기 서비스는 고객이 스스로 찾아야 했던 보험 혜택을 보험사가 먼저 찾아주는 방식이라 기존 서비스 수준을 크게 업그레이드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생명은 이 외에도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지점 구축, 영양제 추천 플랫폼 '필라멘토', 멘털 케어 플랫폼 등의 아이디어도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론칭 1주년 아이디어숲…아이디어 800개 모여
론칭 1주년을 맞은 '삼성생명 아이디어숲'도 사내 혁신을 앞당기기 위해 도입된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다. 기존엔 업무 아이디어를 부서별로 모아 다시 하나로 취합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모든 아이디어가 곧바로 아이디어숲으로 흘러가는 구조다.
지난 1년간 임직원 770여 명이 아이디어숲에 참여했고, 제안된 아이디어 수만 812건에 이른다. 사내 마케팅, 디지털 혁신, 상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아이디어 범위도 넓다. 이 중 현업 부서 검토를 거쳐 실제 업무에 적용된 아이디어도 적지 않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
특히 올 4월 출시한 건강증진형 상품 '유쾌통쾌 건강보험 와치4U(포유)'도 아이디어숲을 통해 상품명이 정해졌다. 이 상품은 스마트 워치와 연동한 보험 상품으로, 가입자가 갤럭시 워치4를 착용하고 운동 목표를 달성하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가입자는 이 포인트를 현금으로 전환하거나, 제휴 쇼핑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회의 문화에도 변화를 주기 위해 임원 회의에 '레드팀'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레드팀'은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비판을 불편해 하고 아이디어를 형식적으로 수용하는 문화에서 탈피하기 위한 취지"라며 "앞으로도 상향식 혁신 방식을 정착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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