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이기는 심리학' 출간한 한소원 교수
"오래 걸려도 배울 수 있다면 뇌 기능한다는 증거"
'젊을 때 일해서 노후를 대비한다’는 상식적인 말을 곱씹어보면 노년에는 새로운 일을 하거나 배울 수 없어 그저 쉴 수밖에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나이가 들면 뇌가 굳어진다는 통념에서다. 그러나 여기 새로운 ‘노화’의 정의를 제시한 책이 있다. 신간 ‘나이를 이기는 심리학’의 저자 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나이가 들어서 뇌가 굳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아 뇌가 굳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한 교수는 “뇌 입장에서 ‘어떻게 나이 드는 것이 맞을까’ 고민해 보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어 배우는 속도가 느리다는 생각이 들어도 걱정할 필요 없다. “오래 걸려도 새로 학습할 수 있으면 우리 뇌가 기능하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한 교수는 독려한다. 전작 ‘변화하는 뇌’에서도 ‘뇌 가소성’을 주제로 뇌의 잠재력을 강조했던 터였다. 가소성은 열 또는 외부 힘에 의해 모양이 변하는 특성을 일컫는데, 뇌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살아남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뇌는 계속 쓸수록 환경에 적응한다는 뜻이다. 복잡한 영국 런던 시내를 운전하는 택시 운전사들의 해마 크기가 일반인보다 크다는 연구가 대표적인 예다.
사회적 관계의 만족도도 뇌 건강에 중요한 요소다. 한 교수는 “모든 것을 다 터놓는 절친이 있으면 좋겠지만 조금 아는 정도의 사람과 형성하는 관계도 중요하다"며 "연결돼 있다는 감각, 그 자체로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는 노년의 무기력을 뇌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얘기다. 뇌가 계속 기능한다는 것은 노년이 쇠퇴가 아니라 '최고의 시간'을 향한 도정이란 의미다.
노년의 삶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마음가짐이다. 한 교수는 “삶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는 게 역설적으로 지금 시간의 소중함을 더 확실하게 알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도 ‘삶의 유한함’을 느낀 때가 있었다. 7년 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을 때다.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를 다 밀었는데, 이를 마주보기 힘들어서 집안에 제 모습이 비치는 물건들을 다 치울 정도였어요.”
그러나 계속 강단에 섰다. 억지로 작은 재미도 찾아보려 평소 안해본 ‘펑크 스타일’ 가발을 쓰고 다녔다고 한다. 목요일에 항암치료를 받고 나면 그 다음주 월요일과 수요일 수업을 준비했다. 그는 이 과정을 ‘단기 목표’라고 설명했다. 단기 목표를 세우고 이를 지켰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자기 효능감을 높인다는 것이다. 고민하기 보다 당장 무언가를 ‘행동’했을 때, 더 큰 ‘행복’이 찾아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책은 50대 중반을 앞둔 한 교수 스스로의 다짐처럼 읽힌다. 실제로 한 교수의 삶은 다채롭다. 키보드와 베이스, 드럼 등 다양한 악기를 배워 연주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교수 합창단에서 활동한다. 심리학을 친근하게 알리려 유튜브 채널도 열었다. 말 그대로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갓생’(갓(god)과 인생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게 사는 MZ세대 생활양식)이다.
"나 자신을 나이에 가둬 한정 지을 필요가 없어요. 이제 인생의 후반전이 시작됐는데 전반전에 열심히 뛰었다고 후반전에는 가만히 벤치에서 경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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