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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뗀 ‘한국형 나사’… 성공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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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뗀 ‘한국형 나사’… 성공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은?

입력
2022.11.28 15:30
수정
2022.11.28 17: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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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 설립추진단 출범]
①전문성: 순환 근무 공무원은 이제 그만
②대표성: 우주 외교서 제대로 위상 가져야
③독립성: 장기 연구서 외부 입김 막을 장치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6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뉴시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6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뉴시스



"우주 관련 국제회의에 가면 아쉬울 때가 많아요. 미국은 나사(NASA), 일본은 작사(JAXA)에서 실국장급이 참석하는데, 한국은 참석할 사람이 교수나 연구관뿐이거든요."

(우주개발 연구 종사자 A씨)


"한국은 국제우주정거장 공동제작(16개국)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공동 투자금) 2,000억 원이 없어서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입니까?"

(우주 관련 국책연구기관 간부)

6월 21일 한국은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러시아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1톤 이상급 로켓을 우주로 보낸 7번째 나라가 됐다. 8월에는 달 궤도선을 발사해 7번째 달 탐사국 지위를 얻기 직전이다. 초보적인 과학로켓(1993년)을 쏜 지 불과 29년 만에 우주개발 후발주자로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현장 우주개발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전히 뭔가 늘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제력이나 기술력에 걸맞은 우주 관련 조직 체계(거버넌스)가 없다는 아쉬움이다. 우주 관련 기능이 국가우주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항공우주연구원 등으로 분산돼 있어, 관련 연구나 대형 프로젝트를 끌고 갈 추동력이 늘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여러 기관에 권한이 분산된 현행 우주 정책 거버넌스 구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제공

여러 기관에 권한이 분산된 현행 우주 정책 거버넌스 구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제공


우주전담기구 '우주항공청' 만든다

조직 부재에서 오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우주 전담 조직을 만들고 우주산업 활성화에 전념을 기울이기로 했다. 롤모델이 되는 조직은 세계 최고의 우주 기관인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다. 과기정통부는 28일 대통령 훈령에 따라 우주항공청 설립추진단을 출범하고 한국형 나사 구성을 위한 첫발을 뗐다.

추진단은 앞으로 설립될 우주항공청의 임무를 정하고, 우주항공청설립특별법 제정과 관계법령 제·개정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발사체 위성기술 △우주자원 개발 △우주산업 진흥 등 분야별 전략이나 내부 인사제도도 추진단을 통해 정한다.

우주항공청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구성되고 어떤 기능을 가지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추진단은 정책·기술개발, 기술사업화, 법제 등 각 분야 전문가로 이루어진 자문단을 구성해 지속적인 소통을 할 예정이다.

대표성·전문성을 갖춘 우주외교 전담 역할

전문가들은 새 우주 전담기관이 갖춰야 할 기본 조건으로 '전문성'과 '대표성'을 우선 꼽았다. 전문성을 갖춘 조직이 우주 관련 국제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며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우주정책 조정을 국가우주위원회가 수행하고, 실질적 정책의 입안과 이행은 과기정통부에서 수행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실무를 담당하는 과(課)가 거대공공연구정책과, 우주기술과 2곳에 불과한 데다 2년마다 순환근무를 하는 공무원으로 구성돼 전문성을 갖추거나 경험이 축적되기 어려운 구조다.

실질적인 우주개발을 이끌고 있는 항공우주연구원(우주개발전문기관)이나 천문연구원(우주환경감시기관)은 정식 부처가 아니어서 한국을 대표하기에는 제약이 많았다. 해외 연구진과 가장 많이 접촉하지만, 무언가를 도모하기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 이상의 권한도 없다.

'한국형 나사, 어떻게 가능할까'를 주제로 지난달 열린 과학기자대회에서 문홍규 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천문연은 나사 네오와이즈 우주망원경, DART 소행성 궤도수정 시험, 유럽우주국 가이아 우주망원경을 해외 기관과 공동연구하고 있는데, 이 세 가지 주무를 보는 사람은 박사후 연구원(포닥) 한 명이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문 인력은 이탈하고 있지만, 인건비는 기획재정부에서 쥐고 있고 원장은 사람을 뽑지도 못 하는 상황"이라며 "새 우주 전담기구는 부처급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국 우주기구 모두 독립성 갖춰

10대 우주기관의 특성.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10대 우주기관의 특성.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독립성 역시 필수 조건이다. 우주개발 선진국의 우주기관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등 대부분 국가들은 우주 전담기관의 외형을 독립기관으로 만들었다. 연구 사업 기간이 매우 긴 우주개발의 특성상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주기관의 대표 격인 미국의 나사는 중앙정보부(CIA),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같은 연방 독립행정기관으로, 다른 행정부에 속하지 않으며 백악관의 지휘도 받지 않는다. 연구소로 출발한 프랑스의 국립우주연구센터(CNES)나 독일의 항공우주센터(DLR)는 별도 법률을 통해 우주정책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부여받았다. 우주정책 입안과 이행, 우주산업 생태계 진흥을 주 업무로 하며 연구개발까지 관리한다.

다른 부처와의 협력 관계도 중요하다. 뉴 스페이스(민간 우주개발)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주개발은 발사체 개발이나 정보통신 분야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등 바이오 분야에 대한 수요도 생겼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가했던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한국은 발사체나 위성에 중심을 맞추고 있는데, 세계 우주산업 전체의 비중을 보면 6%밖에 되지 않는다"며 "한국이 원래 강점이 있는 제조업 분야도 우주 시대가 기회일 수 있어, 다양한 분야가 같이 우주 연구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항공우주연구원 그룹장을 지낸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국방·안보뿐 아니라 모든 부처가 우주를 활용하는 시대"라며 "새 우주 전담기관은 특정 부처에 얽매이지 않고 '범부처 컨트롤타워'의 위상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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