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부는 국부, 조부도 총통… 한 가문 3번째 총통?
재선 의원, 미국 변호사… ‘엄친아' 이미지 당선 한몫
장제스 대만 초대 총통의 증손자이자 장징궈 전 총통의 손자인 장완안이 26일 수도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되며 대선 주자급 정치인으로 몸집을 키웠다. 1978년생인 그의 급부상이 장제스 가문의 세 번째 총통 탄생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서울시장처럼 타이베이 시장 역시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로 꼽힌다. 장완안은 2024년 실시되는 총통 선거 후보군에 단숨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당의 8년 만의 수도 시장 탈환'의 주역이 되면서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더구나 그는 거물 정치인을 꺾었다. 패배한 천스중 집권 민진당 후보는 대만의 코로나19 대응을 주도한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으로 인지도가 높다.
대만의 국부 장제스는 1945년 국공내전에서 패한 뒤 1949년 국민당 정부를 대만으로 옮겼고 1975년까지 총통을 지냈다. 장남 장징궈는 1978년부터 1988년까지 재임했다. 정권 세습이었지만, 경제의 기틀을 닦고 민주화 성과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완안은 장징궈가 항일전쟁 시기 혼외 관계에서 낳은 장샤오옌 전 행정원 부원장(부총리)의 아들이다. 대만판 정치 금수저인 셈이다.
장완안은 2016년 총선에서 당선된 재선 입법위원(국회의원)이다. 타이베이 태생으로, 대만 국립정치대 법학과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했다. 2013년까지 미국 기업 변호사로 일하다가 2015년 귀국해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2016년 총선에선 민진당 열풍을 뚫고 타이베이에서 국민당 소속으로 유일하게 입법위원에 상선됐다.
10세 때까지는 장완완은 스스로 장제스 가문 출신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장샤오엔이 장징궈의 친아들로 인정받지 못해 후손들이 장씨성을 쓰지 못하다가 2005년 가족이 함께 장씨로 성을 바꿨기 때문이다.
장제스 가문 후손 중 유일한 현역 정치인인 장완안은 '엄친아'(모든 자질을 갖춘 사람)로 불린다.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츠타임스는 그가 선거 유세를 할 때마다 사진을 함께 찍고 싶다는 젊은 유권자의 요구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이달 10일 입법위원직을 사퇴하며 배수진을 친 결기도 표심에 영향을 끼쳤다.
장완안의 정치 성향은 개혁적, 중도적이어서 지지세 확장 여지가 크다. 중국에 대해 온건한 국민당 노선과 달리 중국에 상대적으로 비판적 태도를 취해 왔다. 이달 초 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안한 일국양제 방안을 대만인들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때는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고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또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하는 등 국민당 주류에 비해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장제스 가문의 후손이란 점은 장 당선인에게 양날의 검과 같다는 분석도 있다. 장제스는 대만의 국부로 추앙받기도 하지만, 독재자 이미지도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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