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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 못 살리고 반중국 노선 피곤"...차이잉원, 심판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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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 못 살리고 반중국 노선 피곤"...차이잉원, 심판당했다

입력
2022.11.27 20:40
수정
2022.11.27 20:59
17면
0 0

대만 야당 국민당, 지방권력 싹쓸이
장제스 증손은 타이베이 시장 당선
유권자 반중 대신 '정권 심판론' 선택
양안관계·총통선거 영향은 시기상조

대만 집권당 민진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26일 차이잉원 총통이 민진당 주석직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대만 집권당 민진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26일 차이잉원 총통이 민진당 주석직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26일 실시된 대만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참패했다.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한 주요 지방정부는 제1야당인 국민당 수중에 들어갔다. 민진당의 ‘안보 위기론’보다 국민당의 ‘정권 심판론’이 더 큰 지지를 얻은 결과다. 차이잉원 총통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당 주석에서 물러났고, 민진당은 혼란에 빠졌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가 2년 뒤 차기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판단하기 이르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중앙권력이 교체된 게 아닌 만큼 민진당이 주도한 '친(親)미국·반(反)중국' 노선이 당장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민당, 지방권력 싹쓸이…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 사퇴

26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당 소속 장완안 당선자가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장완안 당선자는 장제스 전 총통의 증손이자 장징궈 전 총통의 손자, 장샤오옌 전 행정원 부원장(부총리)의 아들이다. 타이베이=AFP 연합뉴스

26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당 소속 장완안 당선자가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장완안 당선자는 장제스 전 총통의 증손이자 장징궈 전 총통의 손자, 장샤오옌 전 행정원 부원장(부총리)의 아들이다. 타이베이=AFP 연합뉴스

27일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은 단체장을 새로 뽑은 21개 현ㆍ시 가운데 5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국민당은 13곳을 싹쓸이했고, 민중당은 1곳, 무소속은 2곳을 확보했다. 후보자 사망으로 다음 달 18일로 투표가 연기된 자이 시장 선거에서도 국민당 소속인 현 시장의 연임이 유력하다.

국민당은 대만 인구 70%가 거주하는 6개 직할시 중 타이베이, 신베이, 타이중, 타오위안 등 4곳을 차지했다는 사실에 크게 고무돼 있다. 특히 타이베이 탈환은 핵심 성과로 꼽힌다. 2014년부터 2연임을 한 민중당 소속 커원저 현 시장이 임기 제한으로 출마하지 않으면서 무주공산이 된 타이베이는 모든 정당이 사활을 걸고 매달린 최대 격전지였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친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 당선자는 장제스 전 총통의 증손으로, 단숨에 유력 대권 주자로 발돋움했다.

민진당은 당선자를 6명밖에 배출하지 못한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또다시 패배했다. “1986년 민진당 창당 이래 최악의 결과”(대만 연합보)라는 혹평까지 나왔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집권 2기 후반부에 접어든 차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였던 만큼, 국정운영 동력 상실과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해 보인다. 차이 총통은 “국민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 주석 자리를 곧바로 내려놨다.

‘반중국’ 구호에 피로감… 경제 위기 ‘심판론’ 호응

올해 8월 3일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 대만 총통부 제공

올해 8월 3일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 대만 총통부 제공

전문가들은 민진당 패인으로 잘못된 선거 전략을 꼽았다. 지방선거는 전통적으로 민생 문제가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데, 민진당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선 안보 강화와 대만 민주주의 수호 등 거대 담론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올해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격화된 양안 갈등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도 민진당의 득표력을 떨어뜨렸다.

자오춘산 대만 담강대 대륙연구소 명예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정부 실정에 대한 불만이 대만 해협 이슈에 관한 우려를 압도했다”며 “중국의 군사훈련과 차이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유권자들은 대만이 전쟁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왕쿵이 싱크탱크 대만국제전략연구회 회장도 “이번 선거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차이 정부를 질책했다”며 “민진당이 내세운 ‘중국 위협’ 카드는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총통 선거도 국민당 우세? 낙관론은 시기상조

중국 국기와 대만 국기.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국기와 대만 국기.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이번 선거 결과가 양안 관계를 크게 좌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민진당과 달리 국민당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중도와 합리성을 표방하지만, 지방정부는 대외 정책에 직접적 발언권이 없다. 또 국민당도 ‘친중파’라는 꼬리표를 부담스러워한다.

2024년 차기 총통 선거에서는 지방선거와 달리 외교 정책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차이 총통은 2020년 총통 재선 선거에서 ‘대만 주권 수호’를 앞세워 역대 최다 득표로 연임에 성공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국민당이 중국친화적이라는 이미지는 총통 선거에선 약점”이라며 “주리룬 국민당 주석은 당의 노선을 중국 편향에서 미국 친화적으로 바꾸려 시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당이 이번 선거에선 이겼지만 다음 총통 선거에서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3연임 확정으로 영구 집권의 길을 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통일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대만 유권자들이 다시 민진당에 표를 몰아줄 수도 있다. 미국 CNN방송은 “국민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했지만 2년 뒤에 총통 선거에서 패했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민심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이지만 반드시 다음 선거에 대한 전조로 여길 수는 없다”고 짚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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