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흥순· 오메르 파스트 영상설치 전시
"사람들이 가장 잊고 싶어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일 때가 많다. 개인이나 집단이 그러한 것들을 억압하려고 할 때 그것은 항상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다른 곳에서 다시 떠오른다."
오메르 파스트
'인종차별, 세월호 등 민감한 문제들을 잊으려고 애쓴다면 그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새삼 확인하는 것이다'. 영화감독으로 더 이름이 알려진 예술가 오메르 파스트와 한국 사회를 뒤흔든 문제들을 다뤄온 영상설치 미술가 임흥순이 함께 개최한 전시 ‘2022 타이틀 매치: 임흥순 vs. 오메르 파스트 《컷!》’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두 작가의 영상 설치 작품 13점을 선보이는 전시가 지난달 17일부터 내년 4월 2일까지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나 주제를 기억하려는 노력과 방법’을 주목해온 두 작가의 특징은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아름다움을 새롭게 재현하는 것과 사람들의 마음을 들쑤셔 변화를 끌어내는 것으로 예술의 흐름을 구분한다면 이들은 분명 후자의 작업을 해왔다. 임흥순이 이번에 처음 공개한 신작 ‘파도’가 그렇다. 임흥순은 2004년부터 천착해온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이라는 주제를 세월호 참사, 여순항쟁과 함께 영상으로 묶어냈다. 작품은 3개의 화면에서 재생되는 세 가지 사건의 영상으로 구성됐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임 작가는 세 사건에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떤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들고 싶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관련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면서 울컥하는 부분이 생긴다”면서 “이 울컥하는 것이 제가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체한 기억', '체한 역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파스트의 신작 ‘차고 세일’은 보다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논픽션을 바탕으로 픽션을 제작하다가 그 프로젝트가 무산된 경험을 다시 픽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한 흑인 여성이 미국의 가정집에서 열린 차고 세일에서 인종차별적 장식물을 발견한 뒤 그 가정이 숨기고 싶어하는 역사와 마주친 사건을 접한 오메르 파스트가 이를 영화로 제작하려다가 ‘당신이 뭔데 나의 아픔을 재현하려느냐’는 당사자의 반발을 겪는다. 영화 제작진들도 이런 주제는 다뤄선 안 된다면서 떠난다.
'차고 세일은' 이 경험을 허구의 화자가 이야기하는 영상 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예술이 다루는 영역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허구와 진실의 경계는 어디인가’ 등의 생각으로 관객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이 작품도 하나의 이야기를 3개의 화면에서 각각 다른 영상으로 재현한다. 작가가 “항상 나의 작업에서는 안정적인 재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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