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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투자·소비 '트리플 악재'... 한은, 내년 성장률 1.7%로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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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투자·소비 '트리플 악재'... 한은, 내년 성장률 1.7%로 끌어내렸다

입력
2022.11.24 18:20
수정
2022.11.24 19: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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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역성장 빼면 13년 만 최악 전망
중국, 반도체 경기 악화에 소비도 위축
"하반기 반등 스태그플레이션 아냐"
금리 초유 6회 연속 인상 "3.5% 전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지난 8월 전망보다 눈높이를 0.4%포인트나 낮췄다. 한은의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코로나19 충격으로 역성장(마이너스 성장률)했던 2020년을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기록하는 최악의 성장률이다.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크지만 경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고 판단한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폭을 0.25%포인트로 결정하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내년 우리 경제 '믿을 구석'이 없다

24일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성장률 전망을 기존 2.1%에서 1.7%로 끌어내렸다. 실제 내년 우리 경제가 1%대 성장에 그치면 2% 수준인 잠재성장률을 밑돌 뿐 아니라, 이례적인 경제 충격이 닥친 2020년과 2009년을 제외하곤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여파에 2020년 마이너스 성장(-0.7%)을 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덮친 2009년엔 0.8%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한은은 현재 경기하강 속도가 심상치 않다고 봤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리 인상 강도가 세지면서 주요국들의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믿을 구석인 수출은 물론 투자, 소비 등 어디 하나 활로를 찾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상품수출은 내년 상반기에만 -3.7%로 꺾이면서 연간 증가율이 0.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주력 시장인 중국과 주력 품목인 반도체 경기 모두 크게 뒷걸음질 치는 영향이다.

경기가 안 좋으니 기업들의 투자 전망도 어둡다. 금리 인상으로 자본 조달 비용까지 오르면서 내년 설비투자(-3.1%)와 건설투자(-0.2%) 모두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떠받친 소비 역시 회복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봤다. 금리 상승으로 실질 구매력이 떨어져 결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을 거란 예상이다. 이에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4.7%에서 내년 2.7%까지 떨어질 걸로 추정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한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과도"

한은뿐 아니라 최근 국내외 경제기관이 앞다퉈 내년 우리 경제가 1%대 성장에 그칠 거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장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8%를 제시한 것을 비롯해, 신용평가사 피치(1.9%), 한국개발연구원(1.8%), 한국금융연구원(1.7%) 등도 모두 1%대 성장을 예상했다.

하지만 한은은 고물가 속 경기침체를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일축했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진 한국 경제가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긴 힘들겠지만, 하반기 이후 중국의 방역조치 완화 등이 본격화되면 부진이 점차 완화될 거란 설명이다. 내년 1%대로 주저앉은 성장률이 이듬해 2.3%로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상반기 4.2%에서 하반기 3.1%로 내려갈 것으로 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년 상반기 경기가 안 좋아지는 건 전 세계 공통된 현상"이라며 "하반기부터 반등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해석하는 건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이창용 "금리 인하 논의 시기상조"

이날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연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3%에서 3.25%로 인상했다. 이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일치였다. 기준금리가 3.25%가 된 건 2012년 7월 이후 10년 4개월 만이다. 한은은 지난 4월부터 여섯 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는데, 이는 한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5%대 높은 물가 상승률에 맞서 초유의 6연속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인상폭은 지난달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서 통상적인 수준인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좁혔다. 이 역시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

여기에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대로 내리면서 1,400원대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300원대로 하락한 점, 강도 높은 긴축에 자금 및 신용 시장 불안이 커진 점 등이 이날 베이비스텝을 이끌었다. 이 총재는 "앞으로 경기 둔화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부문 위험이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제약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높은 물가 수준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못 박으면서도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선 연 3.5%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했다. 그러면서 금통위원(총재를 제외한 6명) 가운데 △3.25%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1명 △3.5% 3명 △3.5~3.75% 2명이란 한국식 '점도표(금리 전망)'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시장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다만 이 총재는 "최종 금리 도달 후에도 물가가 목표수준(2%)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가 확실해진 이후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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