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해소제 30년史 ②]
2025년부터 '인체적용 시험' 의무화
'숙취해소' 표현 쓰려면 과학적 근거 내야
"효과 없거나 비용 부담되는 업체 시장서 밀려날 것"
숙취해소제가 첫선을 보이고 30년이 흘렀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있다. 숙취해소제를 먹어서 숙취가 덜한 것일까, 아니면 술 깨는 동안 위안을 얻는 플라시보 효과일까.
이런 의문은 이 '마법의 약'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애초에 임상시험으로 효과를 확인하는 '의약품'으로 출시된 것이 아닌 '일반식품'으로 분류돼서다. 이런 까닭에 소비자들은 음주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편의점에 들르면서도 술이 깰 때까지 같은 궁금증을 품어야 했다. 브랜드만 수십 개고 제형도 다양해 "어느 회사의 어떤 제품을 먹었더니 숙취가 빨리 사라지더라" 하는 주변의 경험담과 입소문이 참고 자료가 될 뿐이었다.
제약업체와 식품사들은 자신의 제품이 효능이 있다고 자랑하면서도 플라시보 효과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컨디션을 만드는 HK이노엔 관계자는 "동의보감에 '숙취해소에 좋다'고 알려진 자리, 황기, 로터스 등 여러 물질도 넣고 과학적으로 입증해 특허 등록을 한 특허 조성물이 들어 있다"면서도 "다만 숙취 증상은 두통, 속쓰림, 구토 등 사람마다 다르고 유형도 다양해 단정 지어 설명하긴 어렵다"고 했다. 다른 숙취해소제 제조·판매사들도 "회사마다 속을 풀어주는 여러 물질을 담고 있지만 일부에겐 위약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 오랜 수수께끼는 3년 뒤 풀릴 것으로 보인다. 숙취해소제 제조·판매자들이 2024년까지 숙취를 해소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숙취해소'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일반식품'으로 분류된 숙취해소제가 소비자들에게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으로 잘못 알려질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인체적용 시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하도록 한 것이다.
인체적용 시험이란, 해당 식품이 특정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증명하는 시험이다.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임상시험만큼 엄격한 기준을 거치진 않는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5년 1월 1일 이후에도 숙취해소제로 표시하기 위해선 숙취해소 효과를 검증하는 이 시험을 거쳐 과학적 근거 자료를 내야 한다.
'숙취해소 효과' 쓰려면 2년 내 과학적 입증해야
제약업체와 식품사들은 저마다 돌파구 마련에 분주하다. HK이노엔(컨디션)과 동국제약(아니벌써)은 자체 보유한 특허증과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인체적용 시험에 대비하고 있다. 대다수 중견 회사들은 내년 3월 식약처의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추가 시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아제약(모닝케어)과 롯데칠성음료(깨수깡), 한독(레디큐), 영한네이처(술깸)는 세부 지침에 맞춰 이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다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거나 시험 비용을 대기 어려운 영세업체들은 '숙취해소' 표현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시험을 의뢰하려면 돈이 많이 들 것"이라며 "대기업이나 중견업체는 살아남겠지만 효과 없는 제품은 밀려날 것이고 비용이 없어 시험을 못 하고 철수하는 업체도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숙취해소제 30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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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해장은 북엇국'서 '컨디션'으로…숙취해소제 30년史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3014160000153
②숙취해소제는 정말 술 깨는 효과 있을까? 3년 뒤 수수께끼 풀린다는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12412520001036
③"살기 위해 마신다→ 즐기려고 마신다" 1등 컨디션의 이유 있는 변신[인터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161457000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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