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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민심 르포] “尹 통 크게 보였는데 실망” vs “文정권 수사 머뭇거려 인기 추락”

입력
2022.11.23 17:00
수정
2022.11.24 13:29
24면
0 0

편집자주

‘박석원의 정치행간’은 의회와 정당, 대통령실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정치적 갈등과 타협, 새로운 현상 뒤에 숨은 의미와 맥락을 훑으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혼돈의 대구민심, 보수의 심장서도 尹대통령에 대한 실망감

2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그러나 상인들은 과거보다 사람이 적게 찾고 있다며 경제상황을 걱정했다. 대구=고영권 기자

2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그러나 상인들은 과거보다 사람이 적게 찾고 있다며 경제상황을 걱정했다. 대구=고영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중단을 선언한 21일 오전 동대구역. 구름이 짙은 늦가을 기차역은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대구는 올해 3월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75.14%의 몰표를 준 보수의 성지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만큼 정권교체 열망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취임 6개월이 지난 현재 국정지지도는 29%(18일 한국갤럽)에 그치고 있다. 대구·경북 지지율은 43%로 가장 높았지만, 직무수행 부정평가도 43%로 동률이다. 대구 민심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동대구역 광장에서 만난 최모(71·북구 태전동)씨는 윤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높지 않다고 전했다. “MBC 기자를 비행기에 안 태우고 싸운 것도 원인일 낍니다. 선거 때 초심을 생각해야지 왜 자꾸 쫀쫀하게 그러는지 좀 안됐다. 처음엔 통 크게 보였는데 좀스럽고 실망스럽다안카이.” 최씨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들도 여기서 평가가 안 좋다”며 “이태원 참사 사과할 거 제대로 해야 화끈한 대통령이지. 전 정권과 야당대표 수사도 정치보복 성격이 안 있겠나”라고 짜증 섞인 반응을 내놓았다.

“난 경상도 살지만 尹대통령 정치 못한다, 상식·공정 말하더니”

국화꽃 화단 앞에선 50대 후반의 두 여성이 왁자지껄 대화 중이었다. 민심 동향을 묻자 울산에서 올라온 여성이 거침없이 의견을 토해냈다. “지는 윤 대통령 화면만 보면 뉴스를 안 봅니다. 정말 별로입니더. 마음에 안 듭니다. 상식, 공정 이런 얘기해놓고 하는 게 없잖아요. 민주주의 꽃인 언론도 탄압하지 않습니까. 지는 경상도 살지만 윤 정부가 정말 정치를 못한다고 봅니다.” 옆에 있는 친구는 대구시민. 반응이 좀 달랐다. “그런 게 아니고 검찰총장 하다 대통령 돼서 경험치가 없다”며 “융통성 있고 눈치껏 해야 하는데 그런 게 모자란다. 똑똑하고 바른 사람인데….” 유쾌한 분위기에 가시 돋친 설전은 계속됐다. “지지율 올리려면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청와대 안 들어가고 용산 간 것도 그것 때문 아닌가. 서울에서 왜 대통령 퇴진 얘기가 나오겠나.” “아니다, 정치경험치가 약해서 그런 기다.”

서류뭉치를 들고 가던 전모(59)씨는 “대구는 아직도 보수다, 보수. 전라도도 마찬가지 아니겠나”라며 “이태원 참사가 정부책임이냐. 해밀톤호텔은 불법증축했다. 대통령도 사과 많이 했다 아이가. MBC 기자가 슬리퍼 신고 대통령에게 소리 지르고 예의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론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지지율은 언제든 변해요. 한번 나중에 보세요. 어떻게 되는지. 정권 바뀌었으니 문재인 정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해서 확실히 솎아내지 않으면 안됩니다.”

대구에서 가장 큰 서문시장. 정부 지지층 일색이라던 선입견은 여기서도 깨졌다. 60대 후반 김모씨는 “저렇게 독선적인데 지지율이 오르겠냐”며 윤핵관에게 불만이 옮겨갔다. “권성동이란 양반은 국회 회의에서 혀 깨물고 죽으라 했다지 않나, 참 잘못됐다. 윤핵관들 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다 본 거 아닙니까. 사람도 바꾸고 국정 전 분야를 개편해야지요.”

김씨는 경제와 민생 걱정으로 쌓아 둔 말을 늘어놓았다. “대구경제는 거의 바닥입니다. 정년퇴직하고 새롭게 일 시작한 지 3년 넘었는데 서문시장도 발걸음이 과거보다 뜸합니다. 경제가 이래선 대구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아주 크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에만 몰리지 그 외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잘하실 걸로 생각했는데 정책능력도 떨어지고 전면적 국정쇄신 외엔 답이 없다 안캅니까.”

“6개월간 어젠다 없이 우왕좌왕” “대구경제는 바닥이다”

2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그러나 상인들은 과거보다 사람이 적게 찾고 있다며 경제상황을 걱정했다. 대구=고영권 기자

2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그러나 상인들은 과거보다 사람이 적게 찾고 있다며 경제상황을 걱정했다. 대구=고영권 기자

건너편 상점의 배모씨는 대선 때 절대적 지지자였다고 자평했다. 실망감이 큰 이유를 “새 정부의 어젠다가 없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어느 정권이든 어젠다를 던져놓고 끌고 가는데 그런 준비조차 없었다는 얘기 아닙니까. 정치를 안 했던 분이 하면 신선하고 흡수력도 좋을 줄 알았는데 우왕좌왕하는 느낌입니다. 난 보수주의자고 윤석열 연설도 다 봤습니다. 8월에 시장 왔을 때도 1시간 기다려 박수 쳤는데…. 덩치 크고 리더십도 있어 보였지만 뚜껑 열어보니 아니었다”며 “문재인 정권처럼 윤 대통령도 지지층만 대상으로 정치를 하니 난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해결로 나라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북한이 미사일 공격이라도 하면 어떻게 대처할지 아찔하다”며 “정부나 공무원이 오합지졸인데 전쟁 나면 뭐가 되느냐”고 답답해했다.

죽제품을 파는 40대 남성도 이태원 참사를 두고 정부 대처에 분노했다. 그는 “여기 시장골목에서 수백 명 죽었다면 그러고도 이 사람들이 정부 지지하겠냐”며 “기자는 취재하고 우리는 장사하고 공무원도 제 할일 해야 하는데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가 뭐가 다릅니까”라고 푸념했다. 반면 순대 좌판 앞의 아주머니는 “대통령 인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물러나라카면 되나. 서울에선 데모하면 5만 원씩 준다 카더라”며 “그래도 청와대 옮긴 건 돈 많이 쓰고 잘못한 거 같다”고 말했다.

“대구 민심은 나라 망친 세력 수사하라는 것” 문재인 정권 수사 지지

21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젊은 층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대구=고영권 기자

21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젊은 층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대구=고영권 기자

동성로는 젊은이들 일색이었다. ‘젊은 보수’라고 할까. 장년층과는 다른 시각이 두드러져 대구 젊은 층의 정서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일찍부터 사업을 했다는 30대 이모씨는 “지지율이 떨어져도 대구는 크게 내색 안한다. 그래도 지지세가 있다”면서 돌연 ‘이재명 측근 수사’ 화두를 꺼냈다. 야당에서 정치탄압으로 주장하지만 이 대표가 곧 구속되고 정치생명도 끝날 것으로 단언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를 토해냈다. “문 전 대통령이 구멍가게라도 해봤으면 5년간 저런 정책을 안 폈을 겁니다. 한국노총, 민노총, 한국의 기업을 총자 들어간 사람들이 죄다 장악했죠. 강성노조 때문에 기업들이 외국으로 떠납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지 정치인이 만들지 않습니다. 전문경영인이 해도 안되는데 노조가 경영까지 개입해요.” 그는 윤 대통령이 ‘민주당과의 싸움이 정리되야 그때부터 인기가 상승한다”고 내다봤다. 현 정권이 끝난 뒤 부정부패가 있다면 당연히 그때도 전 정권을 수사해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강모(21)씨는 “대구 청년 여론이 나빠진 건 표를 몰아줬는데 여성가족부 폐지 같은 ‘이대남’(20대 남성) 공약들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젊은 당대표 이준석과의 갈등도 실망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사정정국이 지지율 반전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대구민심은 나라 망친 세력을 잘 수사해달라는 것이었어요. 검사 때 정권 눈치보지 않고 살아 있는 권력을 친 사람이 윤석열 아닙니까. 그런데 문 전 대통령 수사가 미진하다 보니 지지층의 힘이 빠지는 겁니다. 최근 반등포인트를 잡은 게 이재명 수사가 본격화하면서지요.”

장모(30·영상사업)씨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어도 지지율이 저조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금리 올리고 한국 물가도 올라가고 주식은 떨어지지만 집값이 떨어졌어도 집을 사지 못하는 총체적 경제상황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윤석열이나 이재명 모두 누가 더 욕먹느냐는 싸움을 벌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북대 재학 중인 김모(21·여)씨는 “대구 청년취업난이 심한데 메시지는 없고 도어스테핑도 중단하니 계속 권위적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회사원 김모(32·여)씨는 “대선 때 기차에서 두 다리 쭉 뻗어 의자에 올려놨던 인상이 바뀌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매너꽝이란 지적받는 게 안타깝다. 지지를 해주려는데 자잘한 문제 좀 안걸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태원 참사에 대통령이 사과할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천안함 피격같이 국가적으로 희생한 사람들에겐 소홀하고 이태원은 국가애도기간 선포한 것부터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다. 혼돈의 대구 민심. 그러나 집권당 텃밭에서 확인된 정권에 대한 실망감은 상경길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박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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