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개장 이후 7년 만에 지역 명소로
소각장 등 지하화… 민원 1년에 2,3건 불과
지자체 앞다퉈 방문해 벤치마킹 "악취 없어"
서울에서 한강을 끼고 경기 하남 방향으로 미사대로를 지나다 보면 105m 높이의 웅장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하남의 명소로 자리 잡은 유니온파크다. 22일 찾은 유니온타워 주변에선 배드민턴장과 테니스장 등에서 운동하는 시민들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유니온파크 본관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자, 20초 만에 꼭대기 전망대에 도착했다. 남한강과 검단산의 가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7년 전까지만 해도 악취가 진동해 주민들이 기피했던 쓰레기 소각장이었다.
쓰레기 소각장 증설에 나선 지자체들이 하남 유니온파크의 성공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2026년부터 시행될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에 대비해 지역 내에 소각장 건설이 필요하지만 혐오·기피 시설이란 낙인 탓에 주민들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23일 하남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유니온파크’를 벤치마킹한 지자체는 최근 마포 소각장 건립을 발표한 서울시를 비롯해 세종시와 경기 과천시·고양시, 전남 순천시 등 39곳에 이른다. 지난해(23곳)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이들 지자체는 배출되는 쓰레기가 늘어나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2025년 수도권 공동매립지 폐쇄에 따라 처리장 증설이 시급한 곳들이다.
하남시도 2010년 중반까지 비슷한 처지였다. 미사지구 개발에 따라 소각장 증설이 절실했던 시는 2014년 사업비 3,031억 원을 투입해 세계 최초로 쓰레기 처리시설을 전면 지하화하는 유니온파크 조성에 나섰다. 생태연못과 잔디광장, 야외 공연장까지 갖춘 유니온파크는 지금은 외지인까지 찾는 지역 명소로 변신했다. 지하에 생활폐기물 처리시설과 하수처리시설 등이 집적돼 있지만, 세심하게 관심을 갖지 않으면 하남 주민들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다.
사업비는 미사지구 개발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담했다. 이후 유니온파크 지하에는 하루 48톤을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 소각장을 비롯해 하수처리와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선별시설 등이 7년 넘게 가동 중이다. 위탁관리업체 관계자는 "유니온파크를 조성할 때, 민원이 끊이지 않아 공무원들이 현대화된 유니온파크의 청사진을 들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설득을 했다"며 "2015년 6월 문을 연 뒤에는 반대 주민들도 유니온파크에서 여가를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유니온파크에서 미사대로를 건너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해 있다. 하지만 악취 등 관련 민원은 1년에 두세 건에 불과하다. 그만큼 철저하게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날 유니온파크 배드민턴장에서 만난 강모(49)씨는 “냄새가 나지 않아 환경시설이란 사실을 전혀 느낄 수 없다”며 “함께 운동하는 동호회원들도 대부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입소문이 나자 관람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전망대와 공원, 체육시설 누적 이용자가 최근 200만 명을 돌파했고, 환경시설 견학에 참여한 관람객도 3만7,71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에는 뭉크바타르 몽골 건설부 장관이 벤치마킹을 위해 유니온파크를 다녀갔다.
하남시 관계자는 “환경기초시설을 현대화해 모두 지하에 넣고 지상에는 주민 편익시설을 배치하면서 혐오시설이란 인식을 깨고 악취까지 잡을 수 있었다”며 “시민 기피시설이 이젠 지역 명소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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