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뒤 면허 재발급 신청... 복지부는 불허
1심 "반성 참회 뚜렷... 재발급 취소는 부당"
2심은 "원고 청구 받아들이지 않는 게 적법"
지인에게 약물을 투약해 숨지게 하고 사체를 유기한 의사에게 면허를 재발급해 주지 않은 보건복지부 결정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4-1부(부장 권기훈 한규현 김재호)는 23일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재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2년 7월 동료 의사들과 술을 마신 뒤 "잠을 푹 재워달라"는 지인 B씨를 병원으로 불러 약물 13종을 섞어 투약해 숨지게 했다. A씨는 아내와 함께 B씨를 인근 공원에 유기했다. A씨는 B씨가 사망한 사실이 발각될 경우 자신과 병원에 큰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사 및 사체유기 등 혐의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2014년 2월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일반적 의료사고와 본질을 달리하는 범죄로 죄질이 불량하다"고 질책했다. 보건복지부는 법원 판결을 토대로 A씨의 의사면허 자격을 박탈했다.
1심 "재기 기회 줘야"... 항소심은 "안 돼"
A씨는 2017년 2월 보건복지부에 의사면허 재발급을 신청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복지부는 반성과 참회 정황이 뚜렷하면 면허 취소 날로부터 최대 3년 뒤부터 면허를 재발급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A씨의 신청을 거부했다. 복지부가 의사면허 재발급을 허용하지 않은 경우는 A씨가 처음이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①A씨가 수형생활을 마친 뒤 이혼하고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등으로 밥벌이를 하면서 참회했고 ②B씨 사망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약물을 근육이완제와 혼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했다. 복지부가 면허 재발급을 취소한 이유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반성과 참회 정황이 뚜렷한 의료인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해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봉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게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수차례에 걸쳐 심리한 결과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산부인과 전문의 면허 취득 12년 차라는 A씨의 이력과 의사로서 갖춰야 할 도덕성을 감안하면 1심 판단이 지나치게 관대했다"며 "의사 면허가 쉽게 재발급돼선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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