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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 ICBM에 가려진 北 식량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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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 ICBM에 가려진 北 식량난

입력
2022.11.22 16:00
수정
2022.11.22 16:03
8면
0 0

"식량작물, 평년보다 150만톤 감소" 전망
2002년 이후 400만톤대 유지해왔지만
봄 가뭄, 여름 수해 영향으로 작황 부진
북 주민 규모 식량난 가능성 높진 않아
"김정은, 딸에 ICBM 아닌 농촌 보여줘야"

북한 대외선전매체 내나라가 지난 8일 보도한 황해남도의 추수 현장. 연합뉴스

북한 대외선전매체 내나라가 지난 8일 보도한 황해남도의 추수 현장. 연합뉴스


"인민들이 이밥(쌀밥)과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

김일성 북한 주석이 1962년 천리마운동 당시 한 말

북한 올해 식량 생산이 '고난의 행군' 이래 최악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모든 주민의 배를 불리겠다던 1962년 김일성 주석의 유훈은 60년째 공염불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동원해 도발수위를 높이며 북한이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속으로는 식량난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탈북민 출신 김혁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의 선임연구원은 22일 북한의 올해 식량작물 생산량을 평년보다 150만 톤 감소한 300만 톤대로 예상했다. 북한 논밭의 위성 영상 등을 분석해 추정한 수치다.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이 끝난 직후인 2001년(394만 톤) 이래 21년 만에 400만 톤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고난의 행군 당시 식량·경제난으로 북한 주민 수십만~수백만 명이 굶어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만큼 고개 숙이지 않은 벼…작황 안 좋다는 증거"

원인은 가뭄과 홍수다. 김 선임연구원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벼가 자라야 할 봄에 비가 안 내렸고, 여름에는 물난리 때문에 밭이 망가졌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홍보용으로 공개한 추수 사진을 보면 벼가 예전만큼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는데 덜 영글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고강도 도발에 여념이 없다. 지난 18일 신형 ICBM '화성-17형'을 발사하며 "행성 최강의 ICBM을 갖게 됐다"고 선언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북한 ICBM 시험발사에 2,000만~3,000만 달러(약 270억~406억 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코로나19 이전 북한이 한 해 동안 중국산 쌀을 수입하는 데 들인 비용(7,000만 달러)의 3분의 1가량을 미사일 한 방으로 날린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주애'로 추정되는 딸과 함께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장소를 걷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주애'로 추정되는 딸과 함께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장소를 걷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주민들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식량 수요는 연간 560만 톤가량으로 추정된다. 내년 공급이 2001년에 비춰 최대 400만 톤에 육박한다 하더라도 최소 160만 톤 이상 부족하다는 계산이다. 북한 하루 소비 식량(1만~2만 톤)에 비춰 80~160일치 작물이 부족한 셈이다.

"김정은, ICBM 아닌 추수 현장에 딸 데려갔어야"

최근 만난 대북소식통은 "북한 장마당에 식용유가 다 떨어질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이 식량부족에 내성을 갖춘 만큼 눈에 띄는 동요는 없을 전망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주민 개개인이 식량난에 버티는 법을 배웠다"면서 "예컨대 텃밭이나 뙈기밭(작은 규모의 농토)에서 작물을 길러 먹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김정은은 딸에게 ICBM 발사 현장을 보여줄 게 아니라 추수 현장에 데려가 농민과 함께 추수하고 막걸리 한잔하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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