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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도 눈독…중고거래, 'N차 신상' 유행 등에 업고 유통의 중심으로 진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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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도 눈독…중고거래, 'N차 신상' 유행 등에 업고 유통의 중심으로 진격 중

입력
2022.12.03 15: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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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신촌점, 중고거래 매장 확대
롯데·중고나라, 신세계·번개장터…투자도
MZ 충성도 높이고 신규 고객 유입 효과도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4층 ‘마켓인유’ 매장에 중고 의류를 활용한 ‘디깅 소비’(선호하는 영역을 깊게 파헤쳐 소비하는 현상) 트렌드를 형상화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4층 ‘마켓인유’ 매장에 중고 의류를 활용한 ‘디깅 소비’(선호하는 영역을 깊게 파헤쳐 소비하는 현상) 트렌드를 형상화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빈티지 의류를 좋아하는 직장인 장모(27)씨는 최근 현대백화점 신촌점의 중고의류 매장 '마켓인유'에서 칼하트 셔츠를 3만 원대로 구입했다. 새것이면 10만 원이 넘지만 절반도 안 되는 값에 '득템'(예상치 못한 물건을 얻음)했다. 장씨는 30일 "중고라 약간의 오염은 있을 수 있지만 직접 눈으로 봐서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며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 잘 산 것 같다"고 했다.

'명품', '신상'에 집중했던 백화점이 중고거래에 빠졌다. 중고품이어도 돈을 주고 사면 새 물건처럼 느껴진다는 의미의 신조어 'N차 신상'이 일상적 소비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2008년 4조 원이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지난해 24조 원으로 여섯 배나 커졌다.

중고거래는 단순히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행동 양식으로 그 영향력이 계속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무엇보다 백화점을 '올드한 어른들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를 주요 고객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그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새 콘텐츠를 제시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매장 내고 투자 확대…중고거래에 꽂힌 백화점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에서 9월 진행한 중고거래 팝업스토어 '클로젯셰어' 매장 전경. 안 입는 옷은 빌려줘서 수익을 내고 필요한 옷은 빌리는 식으로 중고거래에 대여 서비스를 결합했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에서 9월 진행한 중고거래 팝업스토어 '클로젯셰어' 매장 전경. 안 입는 옷은 빌려줘서 수익을 내고 필요한 옷은 빌리는 식으로 중고거래에 대여 서비스를 결합했다. 롯데백화점 제공


마켓인유는 현대백화점 신촌점이 9월 유플렉스관 4층을 중고품 전문관 '세컨드부티크'로 리뉴얼하면서 들어선 업체다. 한 층을 통째로 할애해 중고물품 판매 공간으로 만든 것은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아직 정규 매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수시로 중고거래 팝업스토어를 열며 고객 반응을 살피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같은 달 부산 광복점에서 중고거래 팝업스토어 '클로젯셰어'를 열었는데, 사전 물량이 행사 이틀 만에 동이나 추가로 물량을 확보할 정도로 구매 열기가 뜨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중고거래 플랫폼과의 투자도 늘린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약 300억 원을, 신세계그룹은 1월 그룹 내 벤처투자사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번개장터에 820억 원을 투자하면서 중고 시장에 발을 들였다.



"백화점, 트렌드 쫓는 게 아니라, 먼저 제시해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지난해 10월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문을 연 'BGZT Lab by 번개장터'(이하 브그즈트 랩) 매장 전경. 지난해 2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이어 두 번째 오프라인 매장이다. 번개장터 제공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지난해 10월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문을 연 'BGZT Lab by 번개장터'(이하 브그즈트 랩) 매장 전경. 지난해 2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이어 두 번째 오프라인 매장이다. 번개장터 제공


업계 관계자들은 MZ세대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남들이 못 해 본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고매장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백화점은 '올드하다'고 느끼는 MZ세대의 시선을 털어내고 '힙'(hip)한 공간으로 이미지를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쫓는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다채로운 문화를 마련해 놓고 유행을 이끄는 역할을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백화점 입장에서는 중고매장을 통해 기존 백화점을 찾지 않던 새 고객까지 불러들일 수 있다. 더현대서울의 스니커즈 리셀매장 '브그즈트랩'은 지난해 2월 오픈 때부터 스니커즈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더니, 8월까지 고객이 40만 명 넘게 찾아왔다.

최근에는 10대 고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브그즈트랩을 운영하는 번개장터 관계자는 "한정판 스니커즈는 리셀 가격이 높아 2030세대 고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10대 방문도 늘고 있다"며 "사전에 온라인으로 정보를 얻어 부모님과 함께 매장을 찾아와 구매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수를 늘려야 하는 중고거래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반갑다. 오프라인 진출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유통채널을 늘려 성장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채널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하면서 플랫폼의 정체성을 더 많은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됐다"며 "중고거래가 불안한 게 아니라 쉽고 빠르며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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