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프리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30대 초반 K씨는 키 173㎝에 체중이 110㎏까지 늘었다. 건강검진에서 단백뇨가 검출됐고, 당화혈색소(HbA1c)는 6%로 당뇨병 전 단계로 나타났다. 콩팥 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여과율(eGFR)도 만성콩팥병 진단 기준인 60mL/분 아래로 떨어졌고, 간 기능 수치(γGPT)도 증가해 있었다. 그는 전형적인 고도 비만이었다.
지난 7월 초 만성콩팥병이 걱정돼 필자에게 진료를 받으러 왔다. 그동안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덕에 체중도 90㎏으로 줄어 있었고 혈당과 중성지방, 혈압 등의 수치도 정상 범위로 회복해 있었다.
하지만 사구체여과율은 여전히 57mL/분으로 만성콩팥병 진단 기준(60mL/분)에 해당했고 단백뇨도 있었다. 총콜레스테롤도 244㎎/dL로 높았다.
약을 처방하면서 체중을 10㎏ 더 줄일 수 있겠냐고 물으니까, 한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4개월 동안 K씨는 체중을 80㎏까지 줄였고 최근에 다시 검사해보니 사구체여과율은 77.9mL/분으로 좋아졌으며 단백뇨도 없어졌다. K씨의 몸 상태를 악화시킨 주범은 비만이었고, 뚜렷하게 개선한 공로자는 체중 감량이었다.
몸에 병이 생기면 하루빨리 치료해야 한다. 뼈가 부러졌거나 피부가 찢어졌다면 수술을 받아야 하고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어야 한다.
그런데 혈압ㆍ혈당ㆍ콜레스테롤ㆍ간 수치 등이 높고, 단백뇨가 나오는 등 만성질환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약을 꾸준히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면 좋아지기는 하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몸을 단기간에 좋게 개선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체중 감량이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비만에 의한 고혈압,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이 있을 때 해당한다. 특히 K씨처럼 젊은 사람들이 과체중이나 비만에 의해 만성질환이 생겼을 때 체중 감량은 더 효과적이다.
사실 체중 감량은 쉽지 않다. 비만을 불렀던 과음ㆍ과식 습관이 몸에 배어 있고, 운동량은 다른 사람보다 적을 확률이 높다. 더욱이 비만인 상태에서 운동을 시작하면, 근육ㆍ관절에 통증이 올 수 있다.
약물 도움도 필요하다. 이뇨제는 체중 감량을 도와주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하지만 약 복용만으로 체중을 많이 줄이는 것은 어렵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 필수다.
K씨는 넉 달 동안 매일 저녁 2시간씩 걸었다. 최근 그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4.9g, 단백질 섭취량은 34.5g으로 그 나이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 수치는 식사량이 매우 적었음을 의미한다. 평소의 절반 이하로 먹고, 두 배 이상 걸어서 체중을 줄인 것이다.
누구나 체중 감량에 성공하진 못하지만, 체중 3.5㎏을 줄이는 일은 치료에서 무척 중요하다. 혈압ㆍ혈당ㆍ콜레스테롤ㆍ단백뇨ㆍ간 수치 등 만성질환 지표가 개선되지 않으면 환자는 적극적인 노력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체중을 3.5㎏만 줄여도 지표들이 개선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금연, 절주, 운동, 싱겁게 먹기, 약 복용 등의 실천 의지가 생긴다.
비만으로 만성질환 진단을 받았다면 의사와 상의해 체중 감량부터 나서 보자. 체중의 20%를 줄이거나, 20세 때 체중으로 되돌리면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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