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하원의장, 차기 민주당 지도부 선거 불출마
2003년 첫 여성 하원의장 당선...트럼프 탄핵 주도
“1987년 하원의원이 됐을 때 민주당 여성 의원은 12명이었지만 지금은 90명이 넘는다. 우리는 더 많은 여성 의원을 원한다.”
미국 정치권의 ‘유리천장’을 30년 넘게 끈질기게 깨 온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7일(현지시간) 민주당 하원 지도부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최초의 미국 여성 하원의장이었던 펠로시 의장은 “이제 우리는 대담하게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세대 교체를 선언했다.
여성 참정권 운동을 상징하는 흰색 정장을 입고 워싱턴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에 등장한 펠로시 의장은 연설에서 “나는 다음 회기 민주당 지도부 재선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내가 깊이 존경하는 새로운 세대가 민주당을 이끌 때가 왔다”라고 강조했다.
1987년 47세에 늦깎이로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 11선거구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 펠로시 의장은 미 정치권에서 '여성 최초' 기록을 새로 써왔다. 단호한 리더십과 친화력을 갖춘 펠로시 의장은 주요 정당 역사상 여성 최초로 하원 원내대표에 당선돼 2003년부터 민주당을 이끌어왔다.
또 2007년에는 미 의전서열 3위인 하원의장에 당선돼 4년간 의회를 이끌었다. 2010년 중간선거 패배 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자리로 물러난 뒤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승리를 주도하면서 하원의장을 맡아 다시 4년 동안 일해왔다.
미국 건강보험법인 ‘오바마케어’ 통과를 주도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도 2차례나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특히 2020년 2월 트럼프 전 대통령 의회 국정연설 당시 의장석에서 연설문을 찢는 장면으로 전 세계에 강렬한 인상도 남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한 지난해 1ㆍ6 의사당 폭동 사태 당시 위기를 넘겼지만 지난달 28일 남편 폴 펠로시가 자택에 침입한 괴한에게 피습당하는 사건을 겪기도 했다.
지난 8일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에 하원 다수당 자리를 빼앗기면서 그의 2선 후퇴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올해 82세인 펠로시 의장은 “가정주부(Homemaker)에서 하원의장(House Speaker)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는 소회를 밝히며 물러났다. 그는 이번 선거까지 19번 연속 당선됐고 남은 2년 하원의원 활동은 이어갈 예정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역사는 펠로시 의장을 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한 하원의장으로 기록할 것”이라며 “치명적인 의사당 폭동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하려 한 그의 결의를 역사는 기록할 것”이라고 칭송했다.
펠로시 의장과 함께 민주당 지도부를 구성했던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 짐 클라이번 원내총무도 차기 지도부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뉴욕주 출신 52세의 하킴 제프리스 의원이 유력한 차기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로 거론된다. 그는 당 서열 3위 하원 의원총회 의장이자 흑인 의원들의 모임인 ‘블랙코커스’ 멤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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