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구비거니즘동아리 사원 현장 인근에
'무슬림 주민 위협' '혐오 규탄' 등 A4 용지 7장 부착
주민 무슬림 이구동성 "도움 안 돼" "싸움 원치 않아"
대구 이슬람사원 인근에 돼지머리가 등장한 뒤 이를 비난하는 '비건 동아리'의 무슬림 응원 글이 붙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비건은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18일 이슬람사원 인근 주민과 건축주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대구 북구 대현동 사원 건립 현장 인근 현수막 등에 A4용지 7장의 대구비거니즘동아리 '비긴'(Vegin)의 글이 나붙었다. 글에는 '세상에서 밀려난 돼지 얼굴이 소환돼 무슬림 주민들의 얼굴을 위협하고 있는 것에 분노하며 이에 동조하는 혐오를 규탄한다', '비긴은 경북대 서문 무슬림 주민들에 계속해서 연대하겠다'는 문구가 적혔다. 이 동아리는 'WE SUPPORT MUSLIM NEIGHBORS'(우리는 무슬림 이웃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다음날 외부단체가 주택가 이슬람사원 문제를 제대로 모르면서 논란만 일으킨다며 A4용지를 떼어냈다. 주민과 무슬림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해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은 외부단체 개입 때문이란 지적이다. 김정애 이슬람사원 건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외부세력이 근본적인 해결책도 없이 참견해 갈등에 불만 지핀다"며 "이런 방식은 원만한 해결을 방해하고 악영향만 끼칠 뿐"이라고 꼬집었다.
무슬림도 비건 동아리 지원이 반갑지만은 않다. 무슬림은 지난달 26일과 지난 8일 사원 공사 현장 주변에 돼지머리가 놓였을 때도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무아즈 라작 경북대 무슬림커뮤니티 미디어 대표는 "우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지원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이런 행동으로 주민과 무슬림이 마찰을 빚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공사 현장에 등장한 돼지머리는 길고양이 등에 의해 일부분이 뜯겨진 상태지만 이슬람사원 인근에 그대로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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