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20일 서울 백암아트홀서 5년 만에 기타 솔로 콘서트
“집에서 기타만 치다가 늙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또 다른 문들이 열리네요.”
기타리스트 겸 영화음악가 이병우(57)가 5년 만에 관객과 만나고 있다. 첫 무대는 지난달 열린 벨기에 겐트국제영화제였다. 영화음악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이 영화제는 올해 지휘자 더크 브로세가 브뤼셀 필하모닉이 함께 하는 한국 영화음악 콘서트를 열었다. 20일(현지시간) 열린 연주회에선 올해 영화제 포스터를 장식한 ‘기생충’의 정재일, ‘헤어질 결심’의 조영욱, 그리고 ‘괴물’ ‘마더’ 등을 작곡한 이병우의 음악을 연주했다. 이병우는 직접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병우는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나를 보러 누가 표를 살까 싶었는데 독일, 프랑스에서 제 영화음악 CD를 들고 온 관객들이 있어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벨기에에서 돌아와 지난달 26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브런치 콘서트 무대에 올랐던 그는 19, 20일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기타 솔로 콘서트를 연다. 2017년 ‘우주기타’ 콘서트 이후 5년 만이다. “영화 ‘국제시장’이 너무 성공해서 제겐 부담이 됐어요. 당분간은 내 음악을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사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음악감독을 맡았고, 올여름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의 음악을 만들었어요. 해외 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중단된 것도 하나 있었죠. 결과물이 많진 않았지만 꾸준히 음악작업은 해왔습니다.”
2019년 교직 생활을 그만둔 뒤 전업 음악가가 된 그는 매일같이 스튜디오에서 음악 작업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평소에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팬데믹 기간이 평소와 다를 바 없었어요. 제가 느려도 너무 느려서 매일이 바쁘게 지나갔죠."
2016년 솔로 6집 ‘우주기타’ 이후 6년 만에 새 음원도 냈다. 조동익과 함께했던 듀오 ‘어떤 날' 이후 1989년 발표했던 첫 번째 솔로 앨범 수록곡인 ‘새’를 다시 연주했다. “원래 음원을 발표하려던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동안 찾아오던 소리를 찾게 된 기쁨에 녹음한 곡입니다. 마치 눈앞에서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소리였죠.”
영화음악 감독보다 기타리스트라는 수식어가 편하다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홀로 무대에 올라 기타 연주의 정수를 들려줄 예정이다. 넥(neck) 부문만 있는 기타 바, 앞면은 클래식, 뒷면은 어쿠스틱으로 만든 듀얼 기타 등 직접 만든 여러 기타를 선보여왔던 그는 이번에도 새롭게 디자인한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를 계획이다. 공연은 솔로 앨범 수록곡과 솔로 기타로 편곡한 영화음악, 클래식 등의 레퍼토리로 구성된다.
언젠부턴가 연주에 있어 자유로워진 듯한 기분이 들고 기타와 더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는 이병우는 당분간 신곡 발표보다 기존 솔로 곡이나 영화음악을 다시 녹음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영화음악으로 만들었지만 음원이나 음반 출시가 안 된 게 많아요. 시간에 쫓겨 만족스럽지 못했던 곡들도 있고요. 일단 그걸 잘 다듬어서 많은 분들이 들을 수 있도록 잘 포장하는 작업을 요즘 많이 하고 있습니다. 솔로 앨범에 담긴 곡들도 다시 녹음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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