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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저리 가라… 여동생 명탐정이 밝혀낸 19세기 런던의 어둠

입력
2022.11.19 10:00
수정
2022.11.19 10:1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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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에놀라 홈즈2'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에놀라는 본격적으로 탐정 활동을 한다. 사무소를 열고 사건을 조사하나 누명을 써 경찰의 추격을 받는다. 넷플릭스 제공

에놀라는 본격적으로 탐정 활동을 한다. 사무소를 열고 사건을 조사하나 누명을 써 경찰의 추격을 받는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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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탐정의 대명사다. 그에게 그 못지않은 여동생이 있었다면. 가부장제가 횡행하던 시절 여성의 시각으로 사건을 척척 해결해냈다면. 2007년 첫선을 보인 소설 ‘에놀라 홈즈’ 시리즈는 흥미로운 가정으로 흥미로운 소재를 풀어내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동명 영화 역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이야기와 이에 어울리는 만듦새로 재미를 만들어낸다.

①셜록 여동생 에놀라는 그 이후...

에놀라가 좌충우돌하며 곤경에 처하면 어김없이 어머니 유도리아가 나타난다. 넷플릭스 제공

에놀라가 좌충우돌하며 곤경에 처하면 어김없이 어머니 유도리아가 나타난다. 넷플릭스 제공

‘에놀라 홈즈2’는 ‘에놀라 홈즈’(2020)의 이야기를 이어받는다. 셜록(헨리 카빌) 여동생 에놀라(밀리 바비 브라운)는 전편에서 실종된 어머니 유도리아(헬레나 본햄 카터)를 찾다가 국가를 위태롭게 할 음모를 저지한다.

추리력과 집요함에 무술 실력까지 갖춘 에놀라는 탐정으로서의 자질을 깨닫는다. 런던에 탐정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선다. 하지만 여성인데다 무명이라는 이유로 에놀라에게 제대로 된 사건을 맡기는 사람들은 없다. 임대료를 낼 수도 없는 처지에 몰린 에놀라는 사무실을 폐쇄하려 한다. 짐을 싸는 에놀라 앞에 소녀 베시(세래나 수-링 블리스)가 나타나 사건을 의뢰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언니 새러(해나 도드)를 찾아달라는 요청이다.

②여성 노동자 착취의 그늘

에놀라는 오빠 셜록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사건 해결을 위해 손을 잡기도 한다. 넷플릭스 제공

에놀라는 오빠 셜록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사건 해결을 위해 손을 잡기도 한다. 넷플릭스 제공

새러는 베시와 성냥공장에서 일했다. 새러는 공장 간부와 심한 말다툼을 한 후 사라졌다. 에놀라는 새러의 행방을 쫓다가 공장에 어떤 문제점이 있음을 직감한다. 새러가 공장 퇴근 후 다른 곳에서도 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 사건을 파헤쳐 갈 무렵, 형사 그레일(데이비드 슐리스)이 개입하며 수사를 방해하려 한다.

영화는 19세기 후반 지옥 같던 영국 노동 환경을 꼬집는다. 인권보다 돈이 우선이었던 시절 자본가들의 행태를 탐정극을 통해 까발린다. 1888년 성평등을 요구하며 성냥공장 파업을 주도했던 새러 채프먼(1862~1945)의 실화가 소재다. 영화가 “앞으로의 이야기 중 일부는 사실입니다, 적어도 중요한 부분은 그렇습니다’라는 문구를 도입부에 내세우는 이유다.

③정치적 올바름이 재미와 만날 때

'에놀라 홈즈2'에는 다양한 인종이 등장해 반전의 묘미를 빚어내기도 한다. 넷플릭스 제공

'에놀라 홈즈2'에는 다양한 인종이 등장해 반전의 묘미를 빚어내기도 한다. 넷플릭스 제공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영화답게 ‘정치적 올바름’을 여러 면에 반영하기도 한다.

에놀라는 오빠 셜록의 도움을 가끔 받지만 독립적으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다. 남자들과 몸싸움하며 위기를 벗어나기도 한다. 에놀라를 물리적으로 돕는 이들이 여성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셜록의 숙적인 악당 모리아티 역시 여성이다. 셜록의 동료 왓슨(히메시 파텔)은 인도계다. 형사 레스트레이드(아딜 악타르)는 파키스탄계다. 공장 노동자들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돼 있다. 백인 남성들이 수사를 주도하고, 여성은 연약한 피해자 정도로 묘사됐던 ‘셜록 홈즈’와는 판연히 다르다.

‘정치적 올바름’의 기계적 적용이 재미를 떨어트리는 경우가 있다. ‘에놀라 홈즈2’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전의 묘미를 발휘한다.

뷰+포인트

‘에놀라 홈즈’를 안 본 이들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독립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셜록이 여동생의 재능을 알아보고 측면 지원해주다 공조 체제를 갖추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셜록과 다른 시각을 지닌 에놀라의 활약상에 셜록의 명석함이 더해진다. 오빠와는 다른 길을 가려는 에놀라의 자주성, 여성 참정권 운동에 전력을 다하는 남매의 어머니 유도리아의 면모 역시 흥미롭다. 재치 있는 편집, 수려한 카메라 움직임,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풍광 등도 재미를 더한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3%, 관객 79%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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