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 분위기 속
미국의 영향력 확대 불편한 중국
민간 포함 대화 채널로 '틈 벌리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1.5트랙 대화 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1.5트랙'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반관반민(半官半民)이라고도 불린다.
중국이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풀지 않은 데다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며 방역의 장벽을 고집하는 상황과 언뜻 배치돼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외교를 통해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한 걸음 더 다가간 한국을 끌어당기기 위한 중국의 복선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6일 한중 정상이 민간교류 활성화 등을 통해 상호 이해를 넓혀가기로 한 점을 이번 순방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전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젊은 세대 간 교류를 확대해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중 국민 간 인적·문화적 교류에 개방적 자세를 갖고 있다”면서 1.5트랙 대화를 제안했다.
2014년 정상회담서 합의한 대화체...이후 유명무실
중국과 1.5트랙 대화는 전례가 있다. 2014년 7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을 계기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대화체 설치에 합의해 운영했었다. 시 주석이 이번에 다시 제안한 것은 그간 1.5트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양국은 이미 약속한 정부 간 대화 채널조차 뒷전으로 미뤄 놓은 상태다. 외교부는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중 차관급 '외교·국방(2+2) 대화'를 새롭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1월 이후 가동하지 못한 국장급 2+2 대화의 급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초 장담과 달리 이후 4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첫 대화를 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다시 민간 대화채널을 강조한 것에 중국 특유의 외교 접근법이 반영돼 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갈수록 선명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에 맞서고 한국과의 접촉면을 확장해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가 짙다는 것이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구동존이(求同存異·일치를 추구하되 서로 다른 점은 그대로 두는 것)와 선이후난(先易後難·쉬운 것부터 진행하고 어려운 건 나중에 함)이 중국 외교의 특징"이라면서 "중국으로선 한미일 3각공조 강화로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이 커진 상황이 매우 불편하기에 민간 협력을 통해 그 틈을 벌리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민간이 참여하면 양국 간 대화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면서 "특히 서로의 첨단 과학기술과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1.5트랙으로) 정치외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 방한을 앞두고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 방한을 재차 요청했고 시 주석은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김 교수는 "한복과 김치 종주국 논란 등으로 한중 국민 간 호감도가 떨어진 것이 외교안보 정책을 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일 것"이라면서 "민간 교류를 확대해 불필요한 갈등을 풀고 상대국에 대한 인식부터 개선해나가자는 취지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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