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3년 만에 방한 예정
이재용, 최태원, 정의선 등 총수와 차담회 가질 듯
신도시 '네옴시티' 구축 사업 논의 이뤄질 전망
17일 방한 예정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국내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다음 국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인물인 데다 인류 최대 역사로 불리는 '네옴시티(Neom City)' 건설을 이끌고 있어서다.
네옴시티는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사회변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의 한 부분으로,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 동쪽에 짓는 첨단 미래 신도시 건설 사업이다. 총 사업비 5,000억 달러(약 667조 원)를 들여 사막과 산악으로 이뤄진 지역을, 서울의 44배에 이르는 2만6,500㎢ 인공 도시로 탈바꿈한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한국을 찾는 빈 살만 왕세자에게 쏠리는 관심도 이 사업에서 비롯한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1박 한 뒤 바로 일본으로 건너가는 빡빡한 일정을 감안하면 이미 기업들과 사업 협력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놨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 재계 인사들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코앞에 닥치면서 주요 대기업 인사들이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중심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이 일정을 비워놓고 기다리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선 이번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네옴시티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여럿 합류하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현재는 네옴시티 내 선형도시인 '더 라인'의 터널 공사 프로젝트에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컨소시엄 형태로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옴시티 건설, 미래 먹거리 사업 펼칠 수 있어 매력적"
빈 살만 왕세자의 정확한 한국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짧은 방한 일정을 고려하면 숙소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그룹 총수들과 차담회 형식으로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9년 방한 때도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이 회장을 포함한 5대 그룹 총수를 만났다. 특히 이 회장과는 같은 해 9월 사우디에서 다시 만났다.
①삼성 측은 삼성물산을 통해 아랍에미리트 '부르즈 칼리파' 건설에 참여하며 중동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 신화를 썼듯,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해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등을 앞세워 다양한 기반시설 건립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②현대차그룹도 현대건설을 중심으로 건설 사업에 합류할 수 있고, 네옴시티 핵심 어젠다인 도심항공교통(UAM) 등 협력 방안을 찾을 가능성이 나온다. 도시 전체가 100% 친환경 에너지로 돌아가고 UAM, 자율주행 등 최첨단 교통 수단이 쓰일 전망이어서 현대차그룹의 지향점과 맞아떨어진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친환경 이동수단과 에너지, 물류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미래 도시 연구에 나선 데다,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와 친환경 내연기관 엔진, 연료 등을 공동 연구하는 협업 관계에 있다.
③SK그룹 역시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온 힘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네옴시티와 관련이 있다. SK 역시 아람코와 수소에너지 등 미래 에너지 분야에 전방위적 투자을 벌이고 있고, 네옴시티에 포함할 초고속통신망, 모빌리티도 대표 사업 영역이기 때문에 빠질 수 없다. 1970년대 초 최종현 선대회장 때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깊은 인연을 맺으며 석유화학 대표 기업으로 성장해왔다는 점도 눈에 띈다.
④태양광 사업을 보유한 한화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합류할 수 있어 그룹 내 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는 김동관 부회장이 이번 회동에 나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로 꼽은 산업 분야를 앞세워 큰 규모로 사업을 펼칠 수 있어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매력적"이라며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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