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10월말 기준 349건 민원, 443마리 사살
1㎢ 당 고라니 13마리 서식..전국 평균 2배 근접
세종수목원 사살 논란에 공존책 내놨지만 '글쎄'
세종시가 고라니 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세계적으로는 멸종 위기종인 고라니 개체수가 지역에선 급증하면서 민원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개발이 활발한 충남은 전국에서 고라니 서식밀도가 가장 높고, 세종(연기) 지역에서 가장 많이 관찰된다.
14일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접수된 고라니 포획 요청은 349건에 이른다. 대부분 ‘고라니가 농작물을 뜯어먹어 농사를 망쳐놓으니 포획해 달라’는 민원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349건의 민원을 받아 구제(사살)한 고라니는 443마리”라며 “지금 추세라면 올해 500마리도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00마리’는 작년 한 해 구제 실적(351마리)보다 40%나 많은 것이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충남 지역 고라니 서식밀도(마리/㎢)는 전국에서 가장 높다. 지난해 9.7마리로 전국 평균(7.4마리)을 크게 웃돌았다. 그중에서도 세종(연기) 지역은 12.9마리를 기록, 충청권에서 서식밀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 때문에 원수산, 전월산 주변 도심은 물론 중앙호수공원, 수목원, 금강변 자전거길 및 산책로에서 고라니를 만나는 일은 세종에서는 흔한 일이다. 세종시 산림 면적(248㎢)과 서식밀도로 단순 계산하면 세종에는 약 3,200마리의 고라니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물과 먹이가 풍부한 금강변의 고라니까지 더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
세종시 관계자는 “대규모 도시 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고라니 포식자들이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번식력이 뛰어난 고라니 개체 증가는 당연하다”며 “그러나 이 때문에 세종시의 고민도 깊다”고 말했다.
농가 피해가 대표적이다. 농가에서는 고라니 때문에 콩, 옥수수, 고구마 농사를 망치거나 비닐하우스가 파손되는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다 깜짝 놀랐다는 민원도 있다.
지난달 논란이 됐던 세종수목원 내 고라니 12마리 사살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했다. 동식물이 공존하는 자연공간이어야 할 수목원에서 약 2시간 동안 총소리와 함께 고라니들이 쓰러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종수목원은 물론 세종시에 비난이 쏟아졌다. 세종시는 당시 수목원 민원에 따라 엽사 10여 명을 파견했다.
수목원을 관리하는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관계자는 “수목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유전자원, 미래자원 등을 키워 보급하는 기능을 한다”며 “그런데 고라니들이 수목원에서 섭식 활동을 하고, 관람객들을 놀라게 해 어쩔 수 없이 세종시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수목원은 2020년 10월 개원 후 고라니 섭식 활동에 따른 직접 손실 1억3,000만 원, 관련 업무 담당 직원의 정신과 진료 등의 피해를 주장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고라니는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종이다. 12월에 짝짓기하고 5, 6월에 3~6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중국에서도 살지만, 국내에서는 개체수가 많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있다. 이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포획이 아니라 사살한다.
세종수목원이 “수목원으로 들어온 고라니들이 장남 들판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생태 통로를 구축, 고라니와 공존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지만, 문제는 남는다. 세종시 관계자는 “장남 들판도 향후 공원으로 개발될 예정이라 궁극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며 “환경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과 함께 대책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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