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 압수수색하고 3년8개월째 '감감'
감사원·국무조정실도 "지열발전 관리부실"
검찰 "피해자 정확히 특정 안 돼 수사 중"
“검찰이 지진 피해 주민까지 직접 만나길래 수사에 속도를 내나 했는데 3년이 넘었지만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14일 모성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는 포항지진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 "검찰 수사가 너무 진척이 없어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패 3번 갈릴 동안 수사 진척은 안 돼
경북 포항에서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지 5년째다. 1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재산 피해만 8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정부조사단은 천재지변이 아닌 지열발전 때문에 생긴 인재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기나긴 법정다툼이 시작됐다.
정부조사단 결론 직후 피해 주민들은 포항지열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추진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열발전을 주도한 넥스지오 대표, 포항지열발전 대표 등 3명을 살인죄와 상해죄로 형사 고소했다. 검찰도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에 사건을 배당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그렇게 시작된 검찰 수사가 3년 8개월이 지났지만, 아무 소식이 없다.
수사 시작 때는 이렇게 장기화될지 아무도 예상 못했다. 실제 검찰도 2019년 11월 포항지열발전소와 지열발전사업자인 넥스지오, 지열발전에 참여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심지층연구센터와 지열발전 사업을 감독한 산업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 등 5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속도를 냈다. 이례적으로 부장검사와 수사관들이 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 현장을 찾아 둘러본 뒤 주민들에게 피해 실태까지 묻는 등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법무부 직제개편으로 과학기술범죄수사부가 폐지돼 형사 12부가 맡았던 포항지진 사건은 한동훈 법부무 장관 취임 후 문패를 바꿔 단 정보범죄수사기술부가 맡고 있다. 문패가 3번이나 바뀌었지만 수사 결과 발표 시점은 난망하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국무총리 소속 피해구제심의위원회가 지진 피해 실태를 조사하는 중인데 그 결과가 나와야 피해자가 특정된다"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인과성에 대한 전문가 견해도 다양해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총리실·감사원도 "지열 때문"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포항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 때문이라는 취지의 국무총리실과 감사원 조사 결과가 이어지면서 피해주민들의 속은 더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무총리 소속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는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사업 수행자와 관리·감독자가 각각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문제와 법적·제도적 미비점이 결부돼 발생했다고 본다"며 넥스지오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울대 책임자들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앞서 감사원도 2020년 4월 ‘포항 지열발전 기술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에서 “지열발전사업을 추진한 산업부, 에기평, 사업주체인 넥스지오의 업무소홀로 포항지진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손해배상소송도 4년 넘게 1심 계류
포항 시민 3만4,000여 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포항지진 손해배상소송도 4년 넘게 1심 법원에 머물러 있다. 소송에 참여한 시민들은 1인당 1일 위자료 5,000~1만 원을 청구하거나 1인당 1,000만 원의 정신적 피해보상을 청구했지만 이 역시 진척이 없다. 포항지진공동소송단의 공봉학 변호사는 “소송을 낸 주민들도 재판이 오래 갈 줄 알고 있었지만, 많이 지친 상태”라며 “내년 초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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