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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대법원 판결 따라 임기 채우는 게 중립성 지키는 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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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대법원 판결 따라 임기 채우는 게 중립성 지키는 일" [인터뷰]

입력
2022.11.15 04:30
수정
2022.11.15 17:0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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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정부의 국정운영 지원 기관 아냐
공정한 감사 위해서 감사원법 개정 필요
'보수' 김태규 부위원장 임명엔 불편 없어
내년국가청렴도 20위권 진입 당면 목표

전현희 국가권익위원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전현희 국가권익위원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외부 압력이 두렵지만 가시밭길을 가기로 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속적인 여권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 법률에 정해진 임기(내년 6월까지)를 마치겠다는 뜻을 이같이 밝혔다.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두 달여 지속된 감사원 감사뿐 아니라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와 있는 것에 대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을 겨냥한 '정치 탄압'이라고 규정하면서다.

전 위원장은 올해 1월 대법원의 문재인 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새 정부가 관행적으로 법을 지키지 않는 것(기관장 등에 규정된 임기를 보장하지 않는 것)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임기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법치주의 수호와 권익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여권 분위기에 따라 자신에 대한 감사를 벌여온 감사원을 꼬집어 "권익위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원 기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 위원장의 사퇴 거부로 오히려 권익위 역할과 업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익위는 국민을 대신해 공직자의 부패를 방지하고 행정심판 등을 통해 국민 권익을 구제하는 역할을 한다. 어느 정권에서든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들이다. 정권에 코드를 맞추는 게 아니라 '정부 내 야당' 역할을 하면서 쓴소리하는 것이 권익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감사원장은 국회에 나와 '감사원은 국정운영 지원 기관'이라고 말해 언론과 국민들의 지탄을 받지 않았나."

-전 위원장이 감사원 감사에 대한 브리핑 도중 직원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는데.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는 분명 힘들고 두려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옷을 벗고 물러나는 게 가장 편한 선택이지만, 현재로선 제 임기를 다하는 것이 권익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외부 압력이 두렵다고 중요한 가치를 스스로 훼손할 수 없다."

-권익위가 최근 '한동훈 술자리 의혹 제보자'에 대한 공익신고자 요건을 검토한 것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제보자의 신고가 접수되면 공익신고자 해당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법령에 따른 절차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직무 회피 신청서까지 냈는데도 오해가 생기는 걸 보면 (권익위에 대한) '트집 잡기' 성격이 강한 것 같아 씁쓸하다."

-더불어민주당이 '표적감사' 방지를 위한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현행 감사원법은 감사원이 감사 과정서 법을 위반하더라도 형사 처벌할 규정이 없다. 이를 법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은 감사위원회의 의결 없이 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했는데, 이는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등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나 할 수 있는 조치다."

전현희 국가권익위원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전현희 국가권익위원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지난달 '강성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김태규 부위원장이 임명됐다. 전 위원장에 대한 압박이라고 여기나.

"정부가 고충 해결을 위해 적합한 분을 임명했다고 생각한다. 아직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저와 업무적으로 부딪힌 일도 없고 특별히 불편하게 느낀 부분은 없다. 본인 역할을 합리적으로 잘 수행하실 것으로 기대한다."

-이태원 참사에서 미흡한 경찰 대응에 대한 공익 침해 사례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는 공직사회의 무사안일함이 국민 안전을 위협한 사례다. 공직자들의 위법하고 부당한 행위로 인한 불행한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침해받은 권익을 구제하고 공직자들의 부당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부분도 검토하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정부종합청사에서 감사원의 권익위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반박하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정부종합청사에서 감사원의 권익위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반박하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번 참사에 따른 내각 등 정부 책임론이 크다.

"일선 공무원들의 공무 수행 과정에서의 위법 여부에 대한 진상규명은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안전불감증과 그간 문제되지 않았던 핼러윈 행사가 어쩌다 참사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책임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진 뒤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을 따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에서 아무도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안타깝다."

-민주당은 참사 희생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위패를 모셔 추모하자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희생자 가족들의 입장이 우선돼야 하고, 그분들이 판단할 문제다."

-올해 초 대한민국 국가청렴도(CPI)는 역대 최고인 32위였다. 남은 임기 동안 목표가 있다면.

"국가청렴도는 경제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표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10위권 진입이 목표다. 임기 마무리 전 발표될 내년 초 CPI를 20위권에 진입시키고 싶다. 이태원 참사 영향이 우려되지만 청렴정책 제도 도입과 안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CPI 상승은 그만큼 한국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나라라고 인정받는 것인 만큼 이로 인해 경제 상황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전현희 국가권익위원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전현희 국가권익위원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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