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비판 집회 알리면서 "위원장은 악의 축"
검찰, 모욕죄 기소... 대법, 유죄 깨고 파기환송
대법 "공적 활동 관련한 글... 윤리 위배 아냐"
노동조합 구성원이 노조 간부를 상대로 '악의 축'이라고 비난했어도 모욕죄로 보긴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모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버스기사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5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이 속한 노조의 위원장 B씨와 사무처장 C씨를 상대로 "악의 축을 구속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A씨는 당시 노조위원장 직선제 요구 등 노조 운영 비판 집회 개최 소식을 알리기 위해 글을 올리다가 이같은 표현을 담았다. 검찰은 A씨가 올린 글이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의 글은 법을 어긴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직선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며 "A씨의 글 전체에서 비중도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2심은 원심 판단을 깼다. '악의 축'은 B씨와 C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그러나 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악의 축'이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킬만한 경멸적 표현은 맞다"면서도 "노동조합 집행부의 공적 활동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이런 표현을 한 건 사회 윤리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악의 축'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욕죄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악의 축'이라는 용어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등을 일컬어 사용해 널리 알려졌다"며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방 측의 핵심 일원이라는 취지로 비유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많이 쓰이는 표현이라 '악의 축'으로 지칭했다고 해서 형사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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