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표현 두고 연구진과 이견
"절차 따라 교육부 주도적으로 내용 수정"
野 "교육부 마음대로 개악한 교육과정" 비판
정부가 2024년부터 순차 적용될 새 교육과정에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사용하고, '성평등'은 빼기로 했다. 교육부는 국민 의견을 수렴해 수정했다고 밝혔는데, 진보 진영에서는 정권 입맛에 맞는 부분만 수용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교육부는 9일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2022 개정 교육과정)을 행정예고했다.
연구진과 이견에도 '자유민주주의' 수정한 교육부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에 쓰인 '민주주의' 표현은 맥락에 따라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를 함께 쓰기로 했다. 정책연구진이 제출한 시안에는 '민주주의'만 쓰였으나,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자유'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탐색한다"고 명시했던 고등학교 한국사 성취기준은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로 수정됐다. 다만 '민주주의 발전'과 같이 '민주주의' 표현이 맥락에 더 적합한 부분은 기존 표현을 유지하기로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 용어에 대해서는 정책연구진과 교육부 간에 이견이 있었다"며 "두 용어를 대립적인 가치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구진에게 수차례 자유 관련 사항 반영을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아, 법적 절차를 거쳐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제 교과 '자유 경쟁' 강조… '성평등' 표현은 사라져
'자유' 표현은 사회 교과의 경제 분야에도 적용됐다.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인 '자유 경쟁' 등이 누락된 것에 대해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사회에선 '기업의 이윤 추구'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으로, 중학교 사회에선 "경제생활에서 기업이~"라는 문구를 "자유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에서 기업이~"로 바뀌었다. '노동자'라는 용어는 '근로자'로 대체됐다.
'성소수자'와 '성평등'도 다른 표현으로 대체됐다. 고등학교 통합사회의 성취기준 해설에서 사회적 소수자 예시로 제시됐던 성소수자는 '성별, 연령, 인종, 국적, 장애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도덕·보건 교과의 '성평등' 용어는 '성에 대한 편견',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 등으로 수정됐다.
이 밖에 생태전환교육과 관련해선 교육과정 총론에 '기후·생태환경 변화'라는 표현을 명시했고,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교육 강화 요구에 따라 체험 중심의 안전교육을 관련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해 운영하도록 총론에 근거 조항을 마련했다.
여당 국회의원·전교조 등 "여론수렴 핑계 삼아 정권 의도 반영"
'자유'가 강조되고, '성평등' 표현이 삭제된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해 진보 진영은 '개악', '퇴행'이라며 비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무소속 국회의원 9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의 약속, 정책연구진의 제안, 교육과정 심의회의 의견 등은 내팽개친 채 오로지 교육부가 담고 싶은 것만 담았다"며 "교육부는 국민 다수가 자유민주주의를 원했고, 성 소수자를 제외하길 원했다고 하는데 무슨 근거로 국민 '다수'가 그런 우려를 표했다고 판단하느냐"고 되물었다. 교육부는 자유민주주의 표기와 관련해 국민의 찬반 의견이 각각 몇 건이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논평을 내고 "보수세력 입김만 반영한 교육과정 퇴행을 규탄한다"고 했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국민 의견'을 핑계 삼아 정권의 의도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행보를 노골화했다"며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된 '자유민주주의' 명시 등은 반영한 반면 교육계의 숙의를 거친 '생태전환교육'과 '노동교육'이 총론 교육목표에서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교육과정 개정안의 행정예고 기간은 29일까지이며, 교육부 홈페이지에서 교육과정 시안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심의회와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다음 달까지 새 교육과정을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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