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깔려서 구조대와 경찰에 손을 뻗는 장면, 거리에 의식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이 누워 있는 장면, 지인을 심폐소생술 하며 오열하는 장면...
이태원 참사 영상은 그간 어떤 사고 현장보다 대중에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목격자가 많았던 사건인 만큼 개인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급속도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언론사도 앞다퉈 제보 영상이란 명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지난달 31일 '이태원 사고 현장 영상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미 사고 발생 후 만 이틀 동안 수없이 반복 재생된 뒤였다.
이태원 참사 보도를 계기로 방송 뉴스에서 재난을 포함한 사건·사고 현장을 보도하는 방식을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극의 현장을 담은 CCTV나 블랙박스, 또는 제보 영상이 자칫하면 생생한 현장을 전달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경황이 없는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시청자의 트라우마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지난달 25일 YTN '뉴스퍼레이드'가 7월 15일 방송한 초등학생 개물림 사고 보도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7조(충격·혐오)를 위반했다며 법정제재인 '주의' 조치를 의결했다. 해당 보도는 피해자가 쫓기다 넘어지고 목 부위를 공격당해 기절하는 모습을 흐림 처리 없이 확대하고 반복해 보여줬다.
윤성옥 심의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기자의 '넘어진 아이를 향해 공격이 시작되고 곧이어 기절한 듯 늘어집니다. 개는 아이 주변을 돌며 2분 동안 사냥하듯 공격을 이어갑니다'라는 이 대사는 중계방송을 하는 것 같이 너무 끔찍했다"며 "생생한 화면에 대한 제작진의 욕구를 이해는 하지만 CCTV로 인해서 인권이 침해되는 점들을 전문가한테 한 번씩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영상은 방송 뉴스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자료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집 학대 장면, 흉기를 휘두르는 장면, 교통사고 장면 등 현장 영상을 동반한 사건·사고 보도 비중이 신문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상희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중요한 건, CCTV를 송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여주느냐"라며 "시청자에게 어떤 판단을 구한다거나 현장감을 위해 영상을 사용하더라도 연속 화면 대신 끊어가며 정지 화면으로 보여주는 식으로 세심하게 편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영상은 글이나 사진에 비해 잔상이 많이 남는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트라우마는 오감을 통해서 경험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시각이 압도적"이라며 "영상이 생생할수록 마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경험을 하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크고, 이로 인해 간접 외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접적인 사고 영상이 아니더라도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는 장면 등 비극적인 상황을 반복적으로 내보내는 것은 유가족과 국민들의 심리적 건강을 위해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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