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신민준 9단 백 신진서 9단 결승 3번기 제1국 <4>
초일류 기사들은 1년에 대략 80~100판 정도의 대국을 소화한다. 얼핏 많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상대를 분석하고 대비할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굉장히 타이트한 일정이다. 이런 강행군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각과 패턴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한번 꼬여 스스로에게 의심이 드는 순간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선 장기 레이스를 벌이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마음가짐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바둑도 영리한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신민준 9단이 낙관하며 중앙을 삭감한 사이 신진서 9단은 백1, 3으로 상변을 뚫어 압박한다. 이때 흑4에 보강하는 것은 얼핏 당연한 수처럼 보이나 실착이었다. 7도 흑1의 끊음을 선수한 뒤 좌변을 지키는 것이 두터운 착상. 백6으로 상변을 제압하는 것은 흑7, 11의 공격이 강력해 백 전체가 엷어진다. 실전 흑4를 본 신진서 9단의 손길이 중앙 쪽을 향하다가 멈칫한다. 다시 생각을 거친 후 두어진 수는 실전 백5. 약간의 장고 이후 두어진 악수였다. 8도 백1에 호구 쳤다면 백5가 선수로 작용하여 백7까지 중앙에 큰 집을 만들 수 있었다. 실전 백7, 9까지 교환한 뒤 백11로 되돌아왔지만 중앙에 약점이 많아 집이 형성되기 어렵다. 결국 흑30, 32를 선수로 허용하며 흑34부터 신민준 9단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이에 신진서 9단은 우하귀 패를 결행한다.
정두호 프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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