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여자프로배구에 미들블로커들의 활약이 유독 눈에 띈다. 스타급 미들블로커들의 존재감도 여전하지만 그간 유망주로 주목받다 리그 적응기를 거친 젊은 선수들이 ‘폭풍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더욱 반갑다.
먼저 정호영(21ㆍ인삼공사)의 날카로워진 속공이 눈길을 끈다. 7일 현재 정호영은 속공 4위(25득점ㆍ56.8%)로 지난 시즌(공격성공률 49.2%)보다 좋아졌다. 두 자릿수 이상 득점 올린 선수로만 한정하면 리그 최고 미들블로커 양효진(현대건설ㆍ19득점ㆍ57.6%)에 이어 간발의 차로 2위다. 여기에 블로킹 8위(세트당 0.53개)에 유효블로킹은 무려 28개로 리그 1위다. 블로킹 득점도 좋지만 상대의 강한 공격을 1차 저지하고 반격에 힘을 보태는 등 보이지 않는 팀 공헌도가 높다는 뜻이다.
정호영은 2019년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돼 ‘대형 공격수’로 주목받았지만 리시브와 수비 부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변경한 2020~21시즌엔 V리그 첫 경기에서 큰 무릎 부상까지 당했다. 하지만 올해 국가대표로 선발돼 꾸준히 국제대회 경험을 쌓으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 특히 네트 위로 머리가 올라올 정도의 좋은 체공력과 높은 타점이 인상적이다. 고희진 인삼공사 감독도 “한국 여자선수 중 속공을 이 정도로 때리는 선수는 흔치 않다”면서 “국가대표팀에도 다녀오고 부상 복귀 후에도 속공 훈련을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정호영·최가은 성적 변화 자료=KOVO
시즌 | 경기(세트 수) |
득점(공성률) |
블로킹(유효블로킹) |
|
---|---|---|---|---|
정호영 (인삼공사) |
2021~22 | 28경기(79세트) |
152점(49.2%) |
0.595점(83개) |
2022~23 | 4경기(17세트) |
36점(55.1%) |
0.529점(28개) |
|
최가은 (페퍼저축) |
2021~22 | 30경기(103세트) |
131점(30.4%) |
0.369점(107개) |
2022~23 | 4경기(16세트) |
33점(47.9%) |
0.500점(22개) |
최가은(21ㆍ페퍼저축은행)은 수치상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괄목상대할 성장세다. 이적 후 처음 풀타임 주전으로 뛴 지난해(30경기ㆍ103세트)엔 131득점에 그쳤지만, 올해는 4경기(16세트)만 뛰고도 벌써 지난해의 25%가 넘는 33득점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공격 성공률이 지난해 30.4%에서 47.9%로 일취월장했다. 이밖에 속공(7위), 시간차(2위), 이동공격(2위) 등 미들블로커 공격 전 부문에서 리그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블로킹 득점(세트당 0.37점→ 0.50점)과 유효블로킹(1.04개→1.38개)도 모두 지난해보다 향상됐다.
여기에 포지션을 ‘깜짝 변경’한 구솔(21ㆍ페퍼저축은행)과 오세연(22ㆍGS칼텍스) 역시 주목할 만하다. 구솔은 신장 181㎝, 오세연은 180㎝로 미들블로커 치곤 작지만, 블로킹뿐만 아니라 2단 연결과 네트플레이 등 미들블로커 능력이 고르게 발전했다는 평가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6일 광주 인삼공사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지만, 구솔은 중앙에서 5득점을 올리며 인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세터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기에 다른 미들블로커보다 2단 연결이 훨씬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점이 눈에 띈다. 이날 블로킹도 3개나 잡아냈다. 향후 구솔과 최가은이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을 남부럽지 않은 ‘센터 구단’으로 이끌지 주목된다.
오세연도 지난 컵대회에서 양효진과 맞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V리그에선 붙박이 주전으로 출전 중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블로킹 6위, 속공 8위로 맹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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